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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금은방 강도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기이하고 괴상한 현대사
곽재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8월
평점 :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곽재식 著, 인물과사상사)”를 읽었습니다.
저자를 보면 아시겠지만, 네 곽재식 작가의 신간입니다. 원래도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최근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본업(?)인 소설 뿐만 아니라 과학, 역사, 인문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재식 작가 특유의 엄청난 자료 수집 능력과 스토리 텔링이 결합해서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사라져서 확인할 수 없지만 곽재식 작가의 게렉터 블로그를 방문하던 시절 저자의 엄청난 자료 수집 능력과 그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67년 12월 30일, 인천에서 굉장히 이상한 배 하나가 발견됩니다. 미국 선적의 ‘워싱턴 매일’호입니다. 8000천톤급 정기 화물선이라 사실 배 자체는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상한 것은 거기에 실린 화물이었지요. 국내 무역회사의 주문으로 233개 상자가 실려 있었는데 서류 상 기재되어 있는 화물은 나일론 백(bag)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나일론 백이라고 하면 쇼핑백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꽤나 고가의 물건이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크게 이상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화물은 서류상 화물과 달랐다는 것입니다. 실제 실려 있던 화물은 모래나 모기장 같은 쓰레기었습니다.
쓰레기를 비싼 운임을 주고 한국에서 홍콩으로 운반하려 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좀더 들어가 봅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같이 살펴 보는 것이지요. 당시 대한민국은 막 경제개발을 시작한,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1인당 GDP를 찾아보니 160달러를 살짝 넘는 수준이더군요. 당시는 수출 보국이라는 구호 아래 수출에 온갖 경제적 이익과 지원을 보장하던 시절이었지요.
당시 나일론 백 사건은 수출과 관련한 지원을 노리면서 나일론을 밀수하기 위한 범죄였습니다. 즉, 나일론 백을 만들어 수출하겠다고 하면서 나일론을 수입하여 (수출 목적의 원재료 수입이라 세금 면제를 노린 것입니다. 그리고 나일론은 국내에 팔고,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면 완전 범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이 범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바로 중앙정보부 비리와 연계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나일론 백 사건을 밝혀낸 주체가 세관이나 세무 당국이 아니라 바로 육군 방첩대 (현재 기무사)라는 것이지요. 이곳 역시 정보를 다루는 곳인데 방첩대에서 역시 정보를 다루는 중앙정보부 비리와 관련한 사건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에는 흥미로운 사건들이 정말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사건의 기록만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에는 반드시 그 사건에 대한 사건 대처 등 사회적 반응이 드러납니다, 즉, 시대의 배경이 함께 존재합니다. 이를 통해 책에서는 당시 시대상, 사람들의 삶을 함께 드러냅니다.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그 시대상을 그대로 살려내 현재화하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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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