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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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개념입니다. 기억이 사라진다면 단지 쌓아온 인생의 아카이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기억만큼 중요한 존재는 바로 망각이죠. 망각은 기억의 바다에서 헤매이지 않도록 하기도 하고 정신적 회복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망각 역시 기억과 마찬가지로 ‘나’로 존재하게 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은 두 상반된 개념인 기억과 망각에 대한 탐구를 다룬 소설이 한 권 있습니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민지형 著, 안전가옥)”입니다. 


최고 수준의 뇌 스캔 기술과 역시 최첨단 VR 기술이 결합한 기억을 업로드하고 보여주는 기억을 업로드 하는 기계, 라이프 랜드스케이프. 수식하는 미사여구가 대단한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순한 현실 도피용 장난감치고는 말이지요. 하지만 과거 속에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기꺼이 이 기계를 구매합니다. 돌아가고 싶은 추억, 되새기고 싶은 기억. 그 기억과 추억들이 그 사람들을 지금까지 살아가게 하는 힘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기억을 사는 것도 그 돈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기억, 망각, 뇌 스캔, 마인드 업로딩. 최근 몇 년 간 국내외 많은 SF 소설들에서 수없이 다룬 주제들입니다. 영원한 삶을 가능하게도 하고, 잊혀진 혹은 떠올리고 싶은 기억을 다시 보여주거나 체험하게 해주기도 하고,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구현할 수도 있는 주제이다 보니 매우 흥미로운 개념이지요. 

아마도 이 소재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세상에모두 다 나왔다고 생각해서일까요? 다소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민지형 작가의 접근 방법은 다릅니다. 예상치 못한 전혀 다른 전개로 이야기가 급선회합니다. 

그리고 미처 떠오르지 못했던 또 다른 기억과 망각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래요, 그런 기억과 망각도 있었습니다.




민지형 작가의 작품은 단편소설로만 접했었는데 이번 소설을 통해 긴 호흡의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작가임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작품도 몇 권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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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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