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 - 세계를 뒤흔든 호르드의 역사
마리 파브로 지음, 김석환 옮김 / 까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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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 (마리 파브로 著, 김석환 譯, 까치, 원제 : The Horde: How the Mongols Changed the World)”을 읽었습니다. 


 

먼저 저자인 마리 파브로 (Marie Favereau)는 몽골 제국과 이슬람 제국을 주 연구 분야로 하는 프랑스 출신 역사 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칭기스 칸의 삶을 다룬 아동용 그림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네요. 아마도 자신의 주 연구분야를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관심이 많은 학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이 책, “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은 2021년에 출판된 책으로 출판 이후 많은 도서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여러 언론 등에 최고의 역사서 리스트에 오른 책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호르드 (Horde)’입니다. 전통적인 제국으로도, 왕조 국가로도, 민족 국가로도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유목 정권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몽골 제국을 계승한 다른 형제 국가(원나라, 훌레구 울루스 등)에 비해 호르드의 연구는 비교적 덜 되었고 ‘마치 장막 뒤에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르드의 이야기의 흥미로움이나 세계사적 중요성은 그에 못지 않다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칭기스 칸은 네 명의 아들들에게 각각 자신들의 울루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였는데 첫째 아들 (아직까지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바로 그 아들) 주치에게 만들도록 한 울루스, 그리고 그 후예들과 유산이 바로 ‘호르드’ 역사의 핵심을 이룹니다. 
주치는 자신의 울루스를 만든 이후 아버지인 칭기스 칸과 다소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고, 결국 그의 울루스는 독자적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몽골과는 별개의 주치 울루스라 인식했고 스스로를 ‘오르다(Orda)’ 즉 호르드라 칭했습니다.

그리고 호르드는 (일부 서구 학자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변하지 않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았고, 언제나 변화와 발전을 꾀했습니다. 초원 유목민들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난관에 봉착하면 언제든 그 전통을 변용하여 벗어나는 유연성을 가진 국가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 즉 유목 국가라는 점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몽골 제국 내의 특수성을 살펴볼 기회를 이 호르드를 통해 가질 수 있다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호르드는 다른 몽골 제국의 후예들과의 공통점을 분명히 가지기도 하지만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특히 호르드의 특유의 통치 기술이 인상깊습니다. 직접 지배를 선호한 다른 형제국과는 다르게 호르드는 간접적으로 지배하였는데 피지배국과의 항구적인 행정적인 존재는 없었고, 필요시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자원과 경제적 소통을 유지했다는 점이 참으로 독특합니다. 이러한 특수성은 바로 호르드의 지속성과 몽골적 세계관을 가지지 않는 지역에 대한 영향력의 근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고도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몽골제국. 칭기스 칸에 의해 세워진 나라로 인류가 만들어 낸 단일 국가로선 최대 강역을 가졌던 국가이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은 단지 거기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관련한 저작들을 읽는다 해도 보통은 칭기스 칸 개인의 삶이나 업적에 주목한 독서에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당시의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세운 주체가 유목민 집단이라는 것을, 이후에도 중앙 아시아를 지속적으로 차지했던 집단 역시 유목민 집단이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칭기즈 칸 개인의 업적으로 국한시켜 인식하거나 하나의 일회성 이벤트로만 생각했을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 역시 이러한 유목민 집단과 지속적인 교류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도려낸 듯이 유목민 집단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고 마치 정주 문명과만 교류를 한 것처럼 인식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긴 합니다. 
 ‘황금씨족 (Altan urug)’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면서 몽골제국과 같은 유목민 제국은 결코 일회성도 아니었고 칭기스 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세계사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은 유사 이래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국가 중 하나인 몽골 제국과 그 후예라 할 수 있는 ‘호르드’에 대해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이야기의 맥락을 엮어 서술하는 저자의 글쓰기 덕분에 매우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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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https://cafe.naver.com/booheong/21913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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