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무심코 인종 (人種, ra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인류는 지구상 모두 하나의 생물학적 종(biological species)일 뿐 별도로 종을 구분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이 말은 개체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종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전적인 차이는 크지 않은 단일종이라는 의미입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과거에는 다른 인류종들이 존재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근연종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종이라는 신화 (로버트 월드 서스먼 著, 김승진 譯, 지와사랑, 원제 : The Myth of Race: The Troubling Persistence of an Unscientific Idea )”는 역사를 통해 인종과 인종주의에 대해 통찰하고, 그 안에 숨은 정치적 함의와 더불어 비과학성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표지는 참 독특합니다.

‘1950년에 유네스코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종에 속하며, ‘인종’은 생물학적 실재가 아니라 신화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는 설명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 등 인종과 관련한 반인륜적인 범죄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종이란 개념은 생물학적 실재가 아니라 문화적, 정치적 구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외피를 걸치고 마치 과학적 분류인 양 사람들을 속여왔습니다. 그 동안 많은 정치세력들이 골상학이나 우생학 같은 사이비 과학을 동원하여 인종이라는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그 뿌리는 BLM 운동이나 미국에서 일어난 동양인 혐오 정서와 같이 최근까지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혐오와 차별의 근거로 삼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인종 구분이 쉽게 되지 않는 유사한 피부색을 가진 타 문화권 사람들에게도 쉽게 전이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에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일본인들은 어떻고, 중국인들은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양반일지도 모릅니다. 같은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영호남을 나누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아직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람을 나누어 차별하는 근거 없음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인종이라는 개념의 허망함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신화(myth)에 불과한 인종이 과학적 실재성을 지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나 서유럽인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비판합니다. 인종이 실재한다는 믿음, 이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신념 체계 안에 뿌리 박혀 있음이 틀림 없습니다. 세계관의 일부가 되어버려 그에 반대되는 증거를 아무리 들이대도 증거를 의심하지 자신의 세계관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인종이라는 개념과 인종주의가 사회 곳곳, 일상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진단합니다. 직장이나 직업, 상호작용하는 대상, 각종 사회 시스템 모든 것이 ‘인종’에 의해 영향 받으며 모든 개개인은 인종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학습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핵심은 어떤 인종은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다고 은연 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배운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미국이나 서유럽의 사례를 들어왔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인종 문제, 차별, 혐오는 특정 문화권 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이 책을 통해 인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고, 어떻게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그 허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인종이라는신화 #로버트월드서스먼 #김승연 #지와사랑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