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벌과 사대 - 15세기 조선의 대외정벌과 대명의식 역비한국학연구총서 41
이규철 지음 / 역사비평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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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조선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명(明)에 대한 사대(事大)입니다. 실제로 태종과 세종 등 조선 초기 왕들 역시 명에 대한 지성사대(至誠事大)를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마냥 사대만 하고 실리를 도모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조선 초기 확인할 수 잇는 많은 정벌들은 ‘사대’와 같은 명분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전문적인 연구자가 아니기에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미뤄두었는데 마침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벌과 사대 (이규철 著, 역사비평사)”입니다. 





이 책은 조선 초기인 15세기 대외정벌을 다룬 역사서입니다. 저자의 박사 논문인 ‘조선 초기의 대외정벌과 대명의식’을 대중 역사서로 수정 보완한 조선 초기 대외 관계사라 할 수 있습니다. 

여말(麗末)과는 다르게 조선 초기에는 여진이나 왜구 등 외부 세력이 침입하거나 약탈한 사례가 적고, 규모도 작았던 것에 반해 대외 정벌은 규모의 크기나 회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을 뿐 아니라 태조부터 성종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음을 논증합니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조선 초기 대외 정벌의 이유를 왜구나 여진의 침입을 징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봤던 대외정벌에 대한 기존 통설에서 벗어나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실리를 찾기 위한 적극적 대외 수단임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대외 정벌을 통해 그 의도를 밝힘으로써 조선 초기 조선이 가진 국가적 역량과 함께 국제관계에 대한 의식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대외 정벌은 여진이나 왜와의 관계 뿐 아니라 명과의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사대라는 명분에 어긋나는 대외정벌에 대한 문제 제기는 명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대여진정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견제하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여진이 속해 있는 지역은 명백하게도 명에 속해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사대를 받는 종주국의 영토를 침입행위에 대한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정벌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대의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대규모의 대외 정벌을 지속적으로 행했던 것은 바로 대외 관계에 있어 실리를 놓치지 않기 위한 공격적 영향력 행사였다는 의미로 저자는 해석합니다.

또한 한가지 저자가 추가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바로 조선의 강력한 국왕권입니다. 신권이 비해 비교적 왕권이 약했던 국가라는 세간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외 정벌을 이어나갈 수 있는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바로 정치 행위에 있어 국왕의 권위와 정치적 권한이 그만큼 뒷받침해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선 초기, 대외 관계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대내외 적인 정치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정벌과사대 #이규철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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