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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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제저벨 (듀나 著, 네오픽션)”은 예전 출판본으로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듀나 작가는 문화평론가이자, 페미니스트, 그리고 SF소설 작가입니다. 그리고 독특한 부분은  신상이 드러나지 않은 채 20년 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신상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도 독특한데요. 토끼로 대변되는 분신을 통해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까지 역임한 바도 있습니다. 특히 SF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SF문학의 침체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한국 SF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공헌한 바가 큰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4개의 단편을 연결한 연작 소설입니다. 예전 판본은 장편소설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개정판에서는 연작 소설로 제대로 표기한 부분이 눈에 띄네요.

이 작품을 읽을 때 유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네오픽션)”의 작품 중 ‘안개 바다’와 표제작인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만약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지 않고 이 작품을 먼저 읽는다면 적응하는데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 “제저벨”을 읽기를 원하신다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먼저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선장이 있습니다. 선장은 생명체 같기는 한데 정체가 모호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생명체로 처음 나타났습니다. 애완동물로 팔려갔지만 (명목상 입양아이지만) 삶에 대한 투쟁을 통해 어떻게든 말하는 방법과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웁니다. 그는 (혹은 그녀는 – 책에서 작가는 남자가 되었다고 지칭했지만 오히려 이는 역설에 가깝다고 느껴져서 모호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해적선에 팔려가고 우여곡절을 거쳐 선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죠.


자, (책에서 표현하기로) 말하는 인형곰에 불과한 선장은 인간일까요? 인간성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10년 전에는 비백인에 대한 간접적인 메타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직접적인 비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앞으로의 강인공지능에 대한 권리 역시 공론장에 등장하고 있는 시대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아마도 이게 SF소설이 가지는 본연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은 처음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고 읽은 지도 그에 준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은 작품 안에 숨어있는 메타포나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해석 역시 바뀔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도 책을 다시 읽으면서 흥미를 가진 지점이었습니다.


#제저벨, #듀나, #네오픽션,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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