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풋 워크 - 242억 켤레의 욕망과 그 뒤에 숨겨진 것들
탠시 E. 호스킨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8월
평점 :
신발을 비롯한 패션 상품을 리셀링(reselling, 轉賣)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힙한 브랜드의 신발은 신분의 상징이자, 욕망의 발현이 된 지 오래입니다. 수집욕과 과시욕을 자극하는 브랜드는 리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라이프’지에 실린 1996년의 한 사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아이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시급 6센트, 하루에 10시간의 노동을 감내하던 아이였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에는 좀더 나아진 세상이 되었을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참 그 위세를 떨치고 있을 무렵,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서 신발공장에서 노예처럼 착취당하던 10~17세의 아동 노동자가 발견됩니다. 매를 맞아 울부 짖는 아이의 소리를 듣고 행인이 신고하여 겨우 구출할 수 있었다고 하지요. 이 아이들은 하루에 12~14시간 동안 신발 밑창을 붙이는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렇듯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저임금의 불법 아동 노동 착취 관습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풋 워크 (탠시 E. 호스킨스 著, 김지선 譯, 소소의책, 원제 : Foot Work: What Your Shoes Are Doing To The World)”는 제화 산업에 얽힌 다양한 이해관계와 현실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르포르타쥬라 할 수 있습니다.

1년에 생산되는 신발의 숫자는 무려 242억 켤레라고 합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무려 3켤레 이상 씩 돌아갈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하지만 자본은 평범한 일상품이자 필수품인 신발을 공정하게 누리게 가만 두지 않습니다. 단 한 켤레의 신발도 없어서 상처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넘쳐납니다. 어떤 사람은 단 한번도 신지 않는 신발을 여러 켤레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고도로 발전한 과잉 생산 시대와 연결된 소비 자본주의 하에서의 제화 브랜드는 과잉 소비를 부추기고, 보다 싼 비용과 자원을 찾아 글로벌 공급 체계를 완성합니다. 이 뿐 아닙니다. 주주 혹은 투자자의 부의 확대를 위해, 즉 ‘돈’을 위해 인간성을 말살하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습니다.

제화 산업을 통해 들여다 본 자본주의의 행태는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또한 매우 불편합니다. 하지만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신고 있는 신발에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의 불평등과 약탈, 착취가 바로 이 신발이 만들어지는 글로벌 프로세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세계화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어둡고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런 모습을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풋워크, #탠시E호스킨스, #김지선, #소소의책,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