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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ㅣ 안전가옥 앤솔로지 9
최구실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8월
평점 :
빌런 (villain). 악당이나 악역이라 번역하기도 하는 이 단어는 최근 슈퍼히어로물이 크게 유행하면서 히어로에 대항하는 적이라는 의미로 각광받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실에서 빌런은 인생에 장애물이자 걸림돌로 없어졌으면 하는 존재들이지만 창작물에서 빌런은 히어로 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입니다. 최근에는 빌런에게 당위를 부여하는 서사구조를 줌으로써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주인공에 대항하는 안타고니스트 (antagonist)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즌 3까지 나온 ‘더 보이즈 (The Boys)’의 경우는 빌런 집단에게 오히려 이야기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프로타고니스 (protagonist)의 지위를 부여하여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함께 극의 주제의식을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과거 반동인물이자 악역 혹은 악당에 불과했던 빌런에게 자신 만의 서사를 부여하여 당위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작품들이 그런 빌런을 가지고 있어야만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와 함께 흥행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바로 MCU의 타노스가 안타고니스트의 성격을 가진 가장 인상깊었던 빌런 중 하나로 흥행과 평가를 동시에 거머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빌런 (최구실, 김상원, 김달리, 엄성용, 김구일 共著, 안전가옥)”은 바로 그러한 빌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인물들이 활동하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비교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사건과 갈등은 매우 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다만 그 현실적인 사건과 갈등을 사변적으로 극대화하였을 뿐이지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진드기나 곰팡이 포자는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사람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보려면 그 크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현미경이 필요합니다.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로도 해석할 수 있는 SF라는 장르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또한 이 엔솔로지의 작품들에서 빌런은 빌런으로만 소비되지 않습니다. 그 빌런 안에 우리의 모습이 담겨져 있지요.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빌런의 모습에서 ‘선’한 존재라 믿고 있는 4차원의 벽 밖의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다니요. 아마도 작가의 역량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엔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들 모두 처음 만나는 작가였다고 두 명은 아예 이 작품집이 첫 데뷔 무대라는 것입니다.

안전가옥과 함께 공모전을 기획한 곳이 메가박스인 것을 보면 아마도 영상화를 염두에 둔 공모전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보는데 이 작품들로 만들어진 영상물이라면 상당히 수준이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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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