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신은 얼마 ㅣ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평점 :
"당신의 신은 얼마 (하승민 著, 안전가옥)”를 읽었습니다.

‘내’가 취직을 못하고 있는 것은 내 자리를 저 여자가 빼앗아간 탓이며, 내가 치킨집 알바를 하고 있는 것은 못난 아버지 탓입니다. 아니 세상 탓입니다. 이 빌어먹을. 그 여자가 나보다 취업 준비를 얼마나 더 열심히 했는가는 관계 없습니다. 하지만 우습습니다. 내가 주식에서 성과를 거두는 날 일개미들을 비웃어 줄 수 있습니다.

현기는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합니다. 아니, 이제는 그냥 납치만 해달라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나보다 한 뼘이나 크고 교도소까지 다녀온 현기가 무섭습니다만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꾸 래더코인은 올라가기만 합니다. 마음이 흔들립니다.
래더코인이 8000%를 찍은 날. 결심합니다. 납치만 하는 건데 뭘.
하지만 이제는 납치 대상이 내 인생에 들어왔습니다. 차라리 숫자였을 때가 더 나았습니다. 숫자는 표정이 없습니다. 울지도 웃지도 소리치지도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8000%라는 숫자였던 자에게서 살과 근육이 느껴지고, 혈관이 보입니다.
최닥은 매사가 무료합니다. 돈도 벌 만큼 벌었고, 부러운 것이 더 이상 없습니다. 후배 양이사가 무언가를 제안하기 전까지는요. 이제는 삶이 흥분됩니다. 법으로 금지하지도 않지만 공정하지도 않은 그런 판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은 최닥 패거리의 설계대로입니다. 물론 초조합니다. 초조한 만큼 흥분됩니다. 이건 질 수 없는 도박판입니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수백만을 죽이면 정복자라 했던가? 그래 이제 최닥은 대중의 피를 빨아먹을 채비를 완전히 끝냈습니다. 정복자가 되기 직전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가 묻는 ‘신’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신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믿는 것, 즉 신념체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물(物)이 신(神)이 된 시대, 물신(物神)이 창궐하는 이 시대에 모든 것에 값을 매기는 시대가 되어 버린 지금. 당신의 신념은 얼마짜리입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역시 하승민 작가는 힘이 있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질문을 돌려 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암호화폐를 빌어 직설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얼마에 혹은 수익율 몇 %에 당신이 믿는 것을, 혹은 당신을 팔아치울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당신의신은얼마, #하승민, #안전가옥,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