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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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그 자체로 악입니다. 하지만 전쟁에 참여한 이상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떻게 싸워야 할까요? 여기에서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리더는 이러한 굴레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또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이상을 버려야 하는 유혹도 받게 됩니다.


여기 두 명의 리더가 있습니다.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학살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을 하는 리더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용한 자원을 모두 동원한 리더. 불필요한 민간인 학살을 최소화하면서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동일한 의도에서 출발하였지만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오게 되는 두 사람의 대비되는 결정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판단을 구합니다.


“어떤 선택의 재검토 (말콤 글래드웰 著, 이영래 譯, 김영사, 원제 : The Bomber Mafia: A Dream, a Temptation, and the Longest Night of the Second World War)”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 ‘워싱턴포스트’와 ‘뉴요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로 유명한 분입니다. 특히 경영 저술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역사, 그것도 전쟁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역사를 전공하기도 했고, 특히 전쟁사의 한 측면인 ‘폭격’에 대한 집착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 원인은 아마도 개인사에서 기인한 것이라 고백하고 있습니다. 


아직 독립적인 공군이 아닌 육군항공대 시절, 미군 내 공군전에 대한 일종의 사상가 그룹들이 탄생합니다. 바로 폭격기 마피아 (Bomber Mafia). 그들은 전략 폭격을 통해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에 대한 전술과 전략을 가다듬습니다. 불필요한 폭격을 통한 민간인 피해를 최소하고 전략적 타격점을 정밀 폭격하여 적의 산업적, 군사적 역량을 파괴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즉, 그들의 핵심 사상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의 전쟁 수행 능력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마침 천재발명가에 의해 정밀 폭격조준기가 발명되면서 그들의 사상은 이제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장의 상황은 그들의 이상을 실현시키기에는 고려하지 못한 상황들이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정밀 폭격조준기는 고고도의 낮은 기온 (영하 50도)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육안 관측에 의존하여야 하기에 (아직 레이더가 발명되기 전입니다) 정밀 폭격은 날씨와 시계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구름이 낀 날이나 밤에는 불가능하죠. 독일의 볼베어링 공장에 정밀 폭격을 시행했지만 2000개의 폭탄 중 80개만 명중 했습니다. 그리고 폭격기 60대를 잃었죠. 


완벽한 실패. 또한 현실에서 제기되는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폭격기 마피아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합니다. 


일본 도쿄의 항공 제조시설을 폭격하기 위해 출동한 폭격 편대는 새로운 이상 현상에 직면합니다. 바로 제트 기류 (당시에는 제트기류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정밀 폭격조준기에 폭격 목표를 조준할 수 없는 상황. 불과 1% 정도의 피해만 입혔을 뿐 3일 후 일본의 항공 제조시설은 재가동이 가능했습니다. 총 다섯 차례의 폭격을 감행했지만 거의 피해가 없는 상황.

미군은 이후 전략을 바꿉니다. 바로 유럽에서 영국이 채택한 바와 같은 사기 폭격 (morale bombing)입니다. 적국의 집과 도시를 파괴하고 민간인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무차별적인 전략입니다. 거기다 일본의 경우 민간 가옥 대부분은 목조건물에 마침 네이팜탄도 발명된 상태.

전략을 변경하고 벌어진 첫 폭격. 도쿄는 대화재가 발생했고 폭격과 화재로 인해 10만 명이 죽었습니다. 하룻밤만에.

미군은 일본의 주요 도시를 지속적으로 폭격합니다. 심지어 도야마는 도시의 99퍼센트가 불타버립니다. 

당시 책임자 르메이 장군은 원자폭탄은 불필요했다고 말합니다. 이미 전쟁을 종식시킬 작업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고.


폭격기 마피아가 주장했던,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의 전쟁 의지를 꺾는데 주안점을 둔 전략 폭격의 사상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기술력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사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전쟁을 끝낸 것은 민간인 피해를 불사한 (아니 의도적으로 민간인 지역에 폭격한) 무차별 폭격과 원자폭탄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러한 피해가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주장합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과연 리더는 어떤 선택을 했어야 옳았을까요?  그 전쟁의 결과로 독립을 하게 된 우리로서는 더욱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저자와는 다르게 말이지요.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이 왜 대단한 작가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은 책이었습니다. 



#어떤선택의재검토, #말콤글래드웰, #이영래,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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