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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 가장 민주적인 나라의 위선적 신분제
이저벨 윌커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평점 :
“카스트 (이저벨 윌커슨 著, 이경남 譯, RHK, 원제 : Caste: The Origins of Our Discontents)”를 읽었습니다.

미국 내 일상화되고 구조화된 인종 차별을 고발한 이 책은 사람들의 삶이 차별적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재정의되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인종 차별과 계급 및 신분제도를 떠받치는 구조화된 신념을 8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카스트의 기둥’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자연 법칙 혹은 신의 뜻’이라 부르며 신념으로, 그리고 종교로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카스트는 공고하고 백인들의 가치 체계 안에서 신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차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어코 신의 이름을 빌려오고야 맙니다.

그렇기에 차별주의자들은 순수성에 대해 편집증적으로 집착합니다. 인종 순혈법, 피 한방울의 법칙 같은 말도 안되는 법들이 미국 내에서 횡행했었던 것은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뿌리 깊게 신념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몸에 닿는 것,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영혼이 오염된다 믿는 자들도 나타나게 됩니다. 불가촉천민은 인도에만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카스트(Caste). 신분제도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권력으로 세분화된 신분과 사회적 계급을 자손 대대로 세습하게 하는 사회 제도입니다. 우리는 인도의 엄격한 카스트 제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의 민주공화국이자 헌법에 법률에 의한 평등 보장을 명시한 국가에 뿌리 깊은 카스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카스트는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는 위선적이기에 나치나 인도의 그것보다 잔인하다 고발합니다.
이러한 우월주의 혹은 차별의식이 미국에만 있는 현상일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우리 안에는 그러한 위선과 불평등, 차별과 혐오는 없을까? 하루 1-2분만 뉴스 헤드라인을 훑어만 봐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다른 성적 지향을 혐오하고, 외국인을 차별하며, 노동쟁의를 죄악시하는 기사는 얼마든지 넘쳐납니다. 신은 우리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한다는데 그 신을 믿는 사람들은 세속의 권력과 금력, 출신지, 피부색, 성적 지향으로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고 혐오하라 조장까지 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일갈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차별을 모른 척 하고 싶거나, 차별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이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책의 저자는 이저벨 윌커슨 (Isabel Wilkerson)으로 뉴욕타임즈 시카고 지국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입니다.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한 사회 저명인사입니다만 책에서도 나오듯이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 차별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는 아우구스트 란트메서의 사례를 통해 누가 역사 속에서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모두가 히틀러에게 충성하는 경례를 할 때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얼굴을 한 유일한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옳은 선택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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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