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 45대 대통령 취임식.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논란을 일으켰으며 미국 내에서도 호감을 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언론들 역시 대부분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었죠. 취임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이 과거 대통령 취임식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객관적인 여러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단지 사람이 적어 보일 뿐, 오바마 취임식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 캘리언 콘웨이 (Kellyanne Conway)은 이를 거짓말이 아니라 ‘대안적 사실 (alternative facts)’라는 표현을 합니다.
의견이나 주장이 아닌 사실 (fact)에 대한 대안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거짓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고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탈진실 (Post Truth) 시대에 대안적 사실은 더이상 웃음거리에 그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대안적 사실, 즉 거짓은 진실 (Truth)로 둔갑하여 시대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기준마저 무너지고 있으며,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시대. 이 시대에 지성과 이성을 되살려 진실을 주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실의 조건 (오사 빅포르스 著, 박세연 譯, 푸른숲, 원제 : Alternative Facts: On Knowledge and Its Enemies )”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오사 빅포르스 (Åsa Wikforss) 스웨덴 태생의 철학자로 스톡홀름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분이라고 합니다. 특히 언어철학과 정신철학에 많은 연구를 하였으며 그 공적을 인정받아 스웨덴 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한 분입니다.
이번에 읽은 “진실의 조건”은 최근의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맞닥뜨리는 문제인 진실의 정의에 대해 철학적인 대답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탈진실의 시대에 득세하고 있는 유사 언론, 정치인, 기업인들의 공격에 대해 지성을 보호하고 이성과 통찰력을 발휘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진실을 담보하는 지식은 반드시 세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장에 대한 믿음, 주장의 진실성, 믿음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지식에 반하는 주장에 대해 허구임을 분명히 구분하여야만이 탈진실, 대안적 사실을 주장하는 선동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떤 사람은 진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팩트, 즉 사실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사실 (fact)는 진실의 일면일 뿐 진실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더구나 선동가들이 주장하는 사실은 소위 대안적 사실이 대부분이고 근거가 있는 타당한 사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지요.
선동가들은 이제는 수십, 수백 년간의 논쟁, 실험을 통해 인정된 명백한 사실마저 공격합니다. 백신, 진화론, 둥근 지구, 기후대응마저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거짓 주장은 한낱 웃음거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머리 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습니다. 바로 반지성주의라는 치명적인 독이 되는 씨앗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을 싹틔우면서 혐오, 차별, 갈등을 조장하지요.
진실을 외면하고, 정보를 왜곡하고, 분열, 차별, 혐오를 조장하는 무리들은 결국에는 우리의 삶을 위협합니다. 트럼프와 푸틴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 곁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뽑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중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반지성주의, 이성과 지성의 적에 의해 점령된 대안적 사실의 시대,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읽어볼 만 한 책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진실의조건, #오사빅포르스, #박세연, #푸른숲,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