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걸작 논픽션 23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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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著, 최파일 譯, 글항아리, 원제 : Rites of Spring: The Great War and the Birth of the Modern Age)”을 읽었습니다.. 


우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가 1913년에 발표한 발레곡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한 것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그런데 그냥 제목만 딴 것이 아닙니다.


책의 1막이 바로 ‘봄의 제전’ 초연을 한 1913년 5월 29일, 그 날부터 시작합니다. 충격과 공포, 놀라움. 관객들은 도입부 첫 마디부터 항의를  시작합니다. 관습에 반한 동작에 야유와 고성이 오갑니다. 모독이라 생각한 관객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공연을 옹호한 관객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욕설이 오가고 주먹이 오가고. 더 이상 발레 공연장이 아니라 흥분과 격노가 오가는 싸움터가 되어갑니다. 발레리나들은 음악을 듣지 못해 니진스키가 박자를 알려주었다고도 전해집니다. 


객석의 소란과 춤을 추는 무용수.


이것이야말로 현대 (Modern)이라는 듯이 그 날의 소동을 벌어졌습니다. 


포드가 자신을 현대의 발명자라 자칭했다지만 저자는 이 사건을 현대성의 증명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 대전과 2차 대전, 나치 독일의 패망까지 이 책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예술과 전쟁, 그리고 현대성이라는 명제를 날줄과 씨줄 삼아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전쟁은 분명 불행한 일이지만 1차 대전은 어떤 의미에서의 충격을 당대인들에게 주었고, 그 충격은 현대적 의식을 탄생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며,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전쟁을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에 전쟁사를 살펴볼 때 당시의 정치사와 전투에 집중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성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예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전쟁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정치인과 장군이 아닌 전쟁터에서 스러져간 이름 모를 병사들에 집중합니다. 


매우 독특한 관점의 전쟁사 책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독서경험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아참, 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자는 T.S. 엘리엇의 가장 유명한 시, 황무지의 첫 구절로 답을 대신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라일락 꽃을 

죽은 땅에서 피우며, 추억과

소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봄의제전, #모드리스엑스타인스, #최파일,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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