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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워크 도깨비 - 경성, 무한 역동 도깨비불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클락워크 도깨비 (황모과 著, 고블)”를 읽었습니다.

황모과 작가는 최근 한국 문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일련의 작가군 중 한 명입니다. 저자는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밤의 얼굴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등 소설집, 장편소설 외에도 다양한 엔솔로지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시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스팀펑크적으로 재구성한 “클락워크 도깨비”는 들녘 출판사의 장르 문학 브랜드인 고블에서 출간된 책으로 중편소설입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연화. 대장장이의 딸이자 진홍의 동반자. 그리고 끌려간 딸들, 손녀들인 복이, 향이, 순이, 금이, 은이가 돌아오는 길을 밝히는 존재.
갑이. 조선의 마지막 남은 도깨비이자, 최초의 조선 출신 시계태엽(Clockwork) 도깨비.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국의 불을 사그러뜨리는 ‘불’이 된 존재.

‘날 보고 사내아이인지 계집인지 묻지 않는 네가 좋았는데 너는 스스로 조선인인지 내지인인지 줄곧 물어왔구나.’
연화와 갑이는 씨름을 통해 교감했습니다. 계집 같지 않은 계집 연화는 그것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 갑이가 좋았고, 도깨비인 갑이는 인간 답지 않은 근성을 보여주는 연화가 좋았습니다.
‘너의 불로 길을 밝히자. 길 잃은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누군가,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발 밑을 밝힐 등불이 되어주었고, 그 등불에 기대어 지금의 우리에 이르렀을지 모릅니다. 비록 그게 도깨비불은 아닐지라도
‘우리 딸들이 돌아오는 길을 밝혀주렴’
갑이는 자신의 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연화만이 믿어주었기에 연화로 인해 불이 꺼지지 않았던 것이죠. 연화가 갑이의 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갑이는 ‘영원히’ 타오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짧지만 긴 두 존재의 이야기입니다. 처참했던, 그리고 어쩌면 비루했던 현실의 역사를 장르적 상상력이라는 무기로 다시 만들어 내었고, 읽는 내내 독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소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켄 리우 (Ken Liu)의 몇몇 소설들이 연상되었습니다. 특히 ‘즐거운 사냥을 하길 (Good Hunting)’과 거의 비슷한 구조와 등장인물을 보면서 의아하였지만 작가의 말에서 켄 리우의 작품들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 한국적 오마주를 시도했다는 대목을 읽고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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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