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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평점 :
“우리의 질량 (설재인 著, 시공사)”를 읽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어느 공간에 모여듭니다. 이곳은 자신의 목 뒤에 있는 매듭을 풀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영원한 안식 (아니 안식이 될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되어 환생할지 아무도 모릅니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살아 있을 때의 모든 욕망이 살아있지만 그 욕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누군가와의 접촉만으로 매듭을 풀 수 있을 뿐.
가정 폭력과 자기 비하에 시달리던 서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냈을 때에서 비로소 스스로를 찾게 됩니다. 이곳에서 절대 다른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고 관계를 맺지 않으며 존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전 연인, 건웅을 만나게 하고, 죽음의 원인이 된 전 남편을 만나게 합니다. 독자는 서진의 선택을, 그리고 건웅의 선택을 믿고 응원할 뿐입니다.

누구나 삶의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이 책에서는 그 질량을 견뎌온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웅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형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리고 삼촌의 모습마저도.
그리고 이 책에는 삶의 악의가 장준성이라는 이름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납니다. 아니 침묵의 방조를 하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이 이 악의의 공범일 수도 있겠습니다. 잠을 잘 수 없는 연옥 같은 이 곳에서 무수한 폭력을 당하고 사람을 대부분은 무시합니다. 자신만의 이익, 매듭을 풀어 얼른 이곳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제 3자의 폭력에 무심합니다. 누구 하나 곁눈질로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죽음 후에, 주인공들은 드디어 삶의 주체성을 깨닫고 살아가려 합니다. 그렇게 서로에 기대면서.

설재인을 만났습니다. “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붉은 마스크 (아작)” 등을 통해서.
그리고 저자의 독특한 세계관에 반해버렸습니다. 근작, “우리의 질량”을 통해 설재인 작가는 특유의 묵직한 질감이 느껴지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과 함께 어울림, 관계에 대한 그림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한없이 무겁지만 그럼에도 한번쯤은 들어봐야 할 이야기. 바로 설재인의 “우리의 질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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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