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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著, 안은주 譯, 한스미디어, 원제 : The Echo Wife)”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세라 게일리 (Sarah Gailey)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작품은 이번에 읽은 “일회용 아내”가 처음으로 보이는데 작가 데뷔 이후 꾸준히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 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상당히 재능이 넘치는 작가로 보입니다.
(이하는 작품의 도입부로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에벌린 콜드웰은 그동안 자신의 연구성과를 학계에 인정받아 드디어, 명망 높은 과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시상식장의 연회에서 교묘한 모욕, 비전문가들의 맨스플레인 등을 몇 시간 동안 겪겠지만 그래도 ‘콜드웰 기법’이 학계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자리니 참고 견뎌야겠지요. 그 자리는 온전히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상 연회 전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습니다. 이 연회가 끝나면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해야만 하지요. 눈에 뻔히 보이는 남편의 불륜 흔적들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연구에만 바빴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너무 뼈아픕니다. 그리고 이혼을 하더라도 ‘콜드웰’이라는 성(姓)을 버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결혼 후에 얻은 – 부모와 나눈 이름을 버리고 얻은 - 이 성(姓)은 내 모든 저서에, 논문에 박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박사학위 논문도 이 이름으로 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과학상의 트로피, 은색의 이중 나선형 트로피 뿐입니다.
그리고 혼잣말을 뇌까립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할 말이 있다며 ‘마르틴’이 찾아옵니다. 남편의 불륜 상대. 그리고 또 다른 나. 아니 나의 성격과 기억을 가지지 못한 그녀는 ‘내’가 아닙니다. 단지 ‘나’의 복제인간이자 남편의 불륜상대일 뿐.
그리고 그녀를 보자 에벌린은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한 손으로 살짝 나온 동그란 배를 쓰다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날, ‘마르틴’은 남편을 살해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충격적이면서도 자극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제목 못지 않게 설정 역시 매우 충격적입니다. 아내의 복제인간과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이 등장하거든요.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만 순종적으로 바꾼 아내의 복제인간을 통해 통제와 지배를 이루려고 하는 남편 말입니다.
하지만 이후 남편이 살해당하면서 에블린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복제인간, 마르틴과 엮이게 됩니다. 유전자가 동일하기에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잡티 하나 없는 마르틴과 에블린은 다릅니다. 아니, 아예 성격부터 다르죠. 마르틴은 어렸을 적부터 에블린이 절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복제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게 되고 (통제하려는 남편의 의지에 반해) 원본과 복제의 협력이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소재, 명확한 주제의식, 그리고 관점의 전환을 만들어내는 경이감 등 SF가 가져야할 미덕을 모두 갖춘 소설입니다. 그리고 단지 SF 팬 만을 위한 작품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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