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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나인 (천선란 著, 창비)”을 읽었습니다.

‘그곳은 원래 죽은 땅이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공장은 꽤 오랜 세월 운영되었지만 폐기물을 파묻었다 들켜 막대한 벌금을 물고 망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철거가 되었지만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땅이 되어버립니다. 누구도 그 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그런 땅이 되어 버렸지만 한 여자가 그 곳에 화원을 짓겠다고 나타납니다.
매일같이 땅을 갈고 폐기물을 끄집어냅니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한 달 만에 땅을 다 파헤쳤고 두 달 뒤 파란 진주가 뿌려진 것처럼 빛나는 땅 위에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브로멜리아드 화원이 문을 엽니다.
고등학생 ‘나인’은 이상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몸에서 싹이 자라고 어떤 남자애의 환영이 보이는 그런 일 말입니다. 지모는 어떤 소리가 들려도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저 때가 된 것 뿐이라며.
친구들은 아프냐며 물어보지만 아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미치는 중인 것 같습니다.
나인은 또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다. 바로 실종된 선배.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지는 모르지만…
“무너진 다리 (그래비티북스)”로 강렬한 데뷔작을 선보였으며 “천 개의 파랑 (허블)”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천선란. 천선란 작가는 최근 SF 문학에서 김초엽, 황모과 등과 더불어 가장 각광 받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그녀가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평범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들고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실종 사건에 얽힌 비밀, 그 비밀을 쫓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는 많은 영어덜트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이지만 작가 특유의 상상력에서 비롯한 독특한 소재, 강한 질감이 느껴지는 문체 덕분에 뻔한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분명한 타인에 대한 관심과 그로 말미암은 연대감.
‘어떻게 모르는 척해. 사람 한 명이 지구에서 멸종했는데’
천선란 작가의 작품에는 묵직한 바디감을 주는 커피와 같은 질감이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에 천천히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 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여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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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