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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슬기로운 와인생활 - 외국 술이지만 우리 술처럼 편안하게
이지선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8월
평점 :
제목부터 ‘한국인을 위한’ 와인책이 나왔다. "한국인을 위한 슬기로운 와인생활 (이지선 著, 브레인스토어)"이 바로 그것이다.

외국 술이지만 우리 술처럼 편안하게 마시는 법을 소개하고자 하는 ‘한국형 와인클래스’ 수업같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왠지 처음부터 기존의 와인 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는 한국인에게 와인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고 할까?
저자는 이지선 소믈리에. 프랑스어문학을 전공하였는데 프랑스인 교수님의 종강 파티에서 마신 와인에 빠져 평생 와인과 함께 하기로 했다고 한다. 와인 강사, 칼럼리스트, 유튜버, 수입사 마케터, 와인숍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계신다. 개인적으로는 몰랐는데 지인과 이야기 하다보니 유튜브에서 ‘와썸녀’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뵐 수 있는 분이라고 한다. 와인에 대한 제법 많은 내용의 동영상을 올리신 듯 한다. 와인에 대한 열정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와인에 대한 지식을 열정적으로 전달해주고자 하는 분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분이 쓰신 책은 어떤 내용일까?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와인에 대한 매우 다양한 내용을 소개한다. 현명한 와인 소비자가 되는 법, 상황에 맞는 추천 와인, 와인 보관법, 와인 테이스팅, 레스토랑 매너,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 와인 영화, 셀럽들의 와인, 여러 스타일의 와인 소개등 매우 다양한 내용이 간략하지만 흥미롭게 펼쳐진다.
2부에서는 와인 자체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구세계와 신세계로 나뉘어 각 주요 산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이어진다. 중요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종종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뒤에는 약간 보너스 같은 분위기로 와인 레이블을 읽는 법, 국가별 중요한 와인 용어들, 가성비 좋은 데일리 와인 추천등이 이어진다.
먼저 책을 펼치자 마자 들었던 느낌이, 책의 종이질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는 점이다. 글씨가 조금 작긴 하지만, 그래서 보다 전문적인 느낌이 나기도 한다. 책의 두께도 두껍지 않기 때문에 내용의 양에 비해 심리적인 부담감은 적다.
처음부터 국내 와인마켓 현황, 국내 와인 판매의 특이한 점인 와인 장터 같은 내용이 펼쳐진다. 제목대로 한국적인 와인책. 외국저자가 쓴 글을 번역한 책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을 충실히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이다.
소믈리에 출신, 그리고 와인강사, 유튜버 및 와인숍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특징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난다. 먼저, 와인 오픈하기부터 시작되는 기본적인 지식들, 그리고 레스토랑 매너,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가격, 디캔팅, 콜키지 등 소믈리에가 이야기 해주는 현실적인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다. 또한 음식 페어링 부분도 도움이 많이 되는데, 일반적인 프랑스, 이태리 음식을 비롯하여, 중식, 한식, 그리고 분식등 다양한 음식에 대한 와인 페어링 팁들이 쏠쏠하다. 아마도 소믈리에가 아니면 이렇게 전문적으로 이야기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추천와인들, 그리고 추천 생산자들의 리스트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엄선된 정보들이다. 와인숍에서 와인 선택하는 방법 등도 실용적이며, 와인 수입사 마케터와 와인숍을 운영하는 저자의 노하우와 지식이 책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1부에 계속 이어지는 짧지만 매우 다양한 내용들은, 흡사 짧은 유튜버 클립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BTS이야기도 나오고, 국내 와인애호가 연예인 이야기들도 나오는 등, 재미가 없을 수 없는 내용들이 눈을 끈다. 캠핑애호가에게 추천하는 와인, 그리고 코르크색에 검정글씨로 쓰여진(살짝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내용들은 동영상으로 만들기에 딱 좋을만한 재미있는 와인상식 및 팁들이다. 2021년 8월에 나온 책 답게, 모든 내용들이 최신 내용들로 업데이트된 점도 장점이다. 스모크 테인트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호주의 블랙 서머의 영향등은 업로드된지 얼마 안된 동영상같은 느낌을 받는다.
2부에서는 와인강사로서의 저자의 본격적인 지식이 가득 담겨져 있다. 각 와인산지에 대한 깊이 있는, 하지만 잘 간추려져 있는 요약본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종종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도 많다. 사실 2부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WSET이나 CMS같은 전문 와인 자격증 공부 자료와 비슷하다. 여기에 적혀있는 내용을 다 이해하고 외울 수 있다면, 사실 엄청난 와인 지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곳곳에 적혀있는 팁들이나 흥미로운 내용 덕분에 WSET 시험 수험서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읽힌다. 꼭 강의실에서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한국말로 이런식으로 설명해놓은 책이 별로 없으니 더 잘 읽히는 점도 있다.
1부와 2부의 내용이 거의 반절씩 차지한다. 그런데 차례만 보면 그런 느낌이 안 든다. 2부에도 국가별로 나눠서 차례에 나타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사실 1부와 2부 내용과 결이 좀 다르다. 1부는 ‘한국인을 위한’ 책을 충실히 나타내고 있는데, 2부는 일반적인 와인지식을 전달하는 내용이다. 와인강사로서 전하고 싶은 내용을 한 책에 다 담고 싶은 욕심을 좀 낸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와인 지식들이 충실하게 정리되어 있고, 안좋게 말하면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초보자들은 (특히 2부를) 처음에 보기에 좀 가쁘게 느껴지면 책을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와인지식이 좀 더 쌓였을 때 다시 펼쳐본다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두께 때문에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그 이후 더 궁금하면 와인 아틀라스 같은 더욱 전문적이고 두꺼운 책들로 넘어간다면 좋은 공부 방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초판이기 때문에 종종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는 한다. 맞춤법 실수나 오타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내용적으로, 예를 들어 100페이지에 “보통 샤르도네 함량이 높은..” 으로 시작하는 몇개의 문장이 정확히 동일하게 반복되어 다시 나타난다. 또한 일반적으로 가장 화려한 디자인을 가진 와인을 CDP를 예를 들었는데, (레이블 디자인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유추되지만) 좀 더 오해가 없는 기술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내용의 양에 비해서 전체적인 실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와린이, 즉 와인에 대한 어린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차이가 많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6학년은 사실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책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와린이를 위하기 보다는, 그래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기본적인 책이나 아니면 입문수업 정도는 들은 이들이 더 부담 없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와인 입문자를 위한 가벼운 책들은 매우 다양하게 나와있으니, 그런 책을 가볍게 본 후에 이런 책을 본격적으로 본다면 와인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부에 소개하는 여러가지 팁들은 모든 수준의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유용한 내용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흥미로운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씩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현실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내용들이 이어지는지라 동영상을 연속재생하는 것처럼 책도 훅훅 넘어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한국적인, 와인에 대한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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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