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제 - 중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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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楚)의 항우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유방이 세운 한(漢)나라는 동아시아에서는 유럽의 로마 제국과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꽃을 피웠던 제자백가 시대의 여러 사상들이 융합되면서 동양 철학의 기반을 만들었고, 오늘날의 한자(漢子)의 형태가 정립되는 등 동아시아 문화 전체의 틀을 다진 국가로 평가 받고 있는 한(漢)나라는 시황(始皇)이 세운 진(秦)이 몰락하면서 자칫 분열할 수도 있었던 중국의 통일 왕조를 굳건히 하였으며 중국 통일 왕조로서는 이례적으로 긴 400여년을 존속했던 국가이다 보니 동아시아 문명 전체에 끼친 영향력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한(漢)을 대표하는 군주로는 제 7대 황제인 한 무제 (漢武帝, BC 157~BC 87)가 있습니다. 한(漢)의 전성기를 열어 한무성세(漢武盛世)라 불리우는 시대를 만들어낸 명군이면서 온갖 토목공사와 사치, 폭정으로 인해 폭군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 한 무제 (漢武帝)는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한 무제 (요시카와 고지로 著, 장원철 譯,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원제 : 汉の武帝)”에는 이런 다양한 한 무제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저자인 요시카와 고지로 (吉川幸次郞, 1904~1980)는 공자의 삶을 존경하며 유생임을 자처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중국문학 연구에 있어 권위를 인정받는 일본의 학자입니다. 그의 저서 중 “공자와 논어 (조영렬 譯, 뿌리와이파리, 원제 : 中國の知惠 : 孔子について)”, “독서의 학 (조영렬 譯, 글항아리, 원제 : 讀書の學)”, “중국 강의(조영렬 譯, 글항아리)” 등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된 책들도 상당합니다. 


“한 무제”에서 저자는 한 무제의 삶을 매우 역동적이며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동 시대의 역사가인 사마천(司馬遷, BC 145?~ BC 86?)이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는 그 중 새롭게 안 사실이 하나 있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독특한 기년법 (紀年法, 햇수를 헤아리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연호 (年號)라는 것이지요. 황제의 제위 기간 동안 그 황제가 지정한 연호를 사용하는데 그 나라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종주국으로 받들고 있는 주변 국가 역시 동일한 연호를 사용하곤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역사의 많은 시기 동안 중국의 연호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연호가 사용된 것은 바로 한 무제 때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뒤에 정착된 것처럼 한 명의 황제가 하나의 연호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고 한 무제 때는 6년에 한 번씩 연호를 바꾸었다고 하지만 연호를 처음 사용한 황제가 한 무제였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연호 하나만 보더라도 한 문제가 만들어놓은 기틀이 수 천년 동안 동아시아 문화와 저통으로 자리 잡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군요.  



저자는 한 무제 시대를 ‘중국 역사상 최초의 대전환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중국의 사상사나 문학사를 포함해 사회사, 경제사, 정치사의 영역에서도 획기적인 시대라는 이야기이지요. 한 무제는 여러 원정을 통해 영토를 넓혔는데 이는 단순히 영토가 넓어진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이 생각하는 ‘세계’가 넓어진 것이라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또한 유교라는 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인류 보편의 윤리로 발전시켰으며 그때까지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자라온 여러 사상과 문물이 한 무제에 이르러서 비로소 열매를 맺고 결실을 보게 된 시대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히 한 무제의 시대를 추상적으로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업적,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까지 생생한 여러 사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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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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