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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평점 :
대화 상대방의 체취나 입냄새가 심한 경우 참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친우나 가족끼리도 냄새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감각의 경우 상대적으로 말을 꺼내기 수월한 편인데 후각과 관련한 부분은 민감하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는 빈부의 격차를 냄새라는 코드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냄새는 갈등 구조를 촉발시키는 도구로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시상하였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을 보면 그러한 냄새에 대한 코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공감했다는 점을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민감하면서도 은밀함에도 불구하고 가리기 어려운 감각 중 하나인 냄새. 이러한 냄새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냄새의 심리학 (베티나 파우제 著, 이은미 譯, 북라이프, 원제 : Alles Geruchssache: Wie unsere Nase steuert, was wir wollen und wen wir lieben)”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참 흥미롭게 읽은 책이에요.
이 책은 냄새의 기작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인간의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찰하고 있는 대중 심리학 서적입니다.
저자인 베티나 파우제 (Bettina M. Pause) 박사는 후각적, 화학적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독일계 연구자입니다. 특히 그는 사회적 정보 소통에 있어 화학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밝히는데 힘쓰고 있으며 후각이 사람의 인지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저자는 공포나 사랑 같은 감정도 냄새로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고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연구에만 몰두하였고 이번에 출간한 “냄새의 심리학”이 바로 첫번째 대중 교양서라고 하는군요.
이 책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냄새라는 수단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상이 지배받고 있지만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동료, 친한 친구, 사랑하는 배우자 같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좋은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고 그들과 친하고, 그들을 믿고 사랑하는 이유 같은 것은 뒤에 붙인 그럴듯한 첨언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냄새의 스펙트럼은 달콤한 향기나 불쾌한 악취를 넘어선다고도 합니다. 앞서서 이야기했듯이 사랑이나 공포와 같은 감정에 관련한 냄새도 감지할 수 있다고도 해요. 모든 사람은 끊임 없이 냄새를 풍기고 다른 사람의 냄새에 반응하고 있어 후각적 동물에 가까운 것인 인간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몇 년 전 개의 후각이 인간의 그것에 비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특정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능력은 인간의 그것에 비해 수 백, 수 천 배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후각 능력은 크게 차이가 안 나고 오히려 인간의 그것이 다른 동물에 비해 뛰어나다는 뉴스였어요. 이 책에도 바로 그 내용이 언급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후각을 통해 정말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후각에 따른 의사결정에 대해 사후적으로 논리적 이유를 덧붙인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면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맛있게 끓여 주시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비가 내린 직후 숲 냄새를 맡으면 친구들과 산행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이렇듯 냄새가 기억을 되살리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입니다.
사실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많은 내용들은 처음 접하는 것들이 많아서 선뜻 신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저자의 주장이 옳고 그른 부분을 판단할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주장들이 많기도 하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냄새와 기억의 상관관계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교차 독서를 통해 저자의 주장을 음미해볼 대목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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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