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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평점 :
“숲은 고요하지 않다 (마들린 치게 著, 배명자 譯, 최재천 監, 흐름출판, 원제 : Nature Is Never Silent: how animals and plants communicate with each other)”를 읽었습니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판단하기로는 숲과 나무에 대한 생태 과학에 대한 책으로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이 책은 경이로운 바이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이더군요. 그래서 실망했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전혀 아닙니다. 동물과 식물을 포함한 생명체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생명을 이어나가는지에 대해 이렇게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은 처음 접했거든요. 정말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커뮤니케이션 사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바로 돌고래와 인간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큰돌고래 (Tursiops truncatus)는 특이한 사냥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인간과의 협동을 통해 사냥한다는 점입니다. 브라질의 라구나 지방에서는 큰돌고래 수십 마리가 동시에 해변을 향해 물고기 떼를 몰고, 그 지역 어부들은 큰돌고래들이 물고기 떼를 몰고 올 때까지 끈기 있게 꼼짝 않고 기다립니다. 마침내 물고기를 잡아야 할 때가 되면 큰돌고래는 머리와 지느러미를 움직여 어부들에게 신호를 줍니다. 바로 지금 그물을 던지라구요. 그러면 어부들은 풍족하게 물고기를 잡고 그 답례로 그물에서 빠져나간 물고기들은 그대로 두어 돌고래들에게 양보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끼리 서로 협동하여 사냥하는 방법은 인간 뿐 아니라 돌고래까지 전통으로 내려오는데 심지어 생후 4개월된 돌고래 역시 이렇게 독특한 사냥에 동참하고 인간과 소통하는 방법을 이미 배웠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러한 큰돌고래가 협동하여 물고기 떼를 몰기 위해서는 각 개체를 통제하여 운용해야 하는데 충격적이게도 정말 돌고래끼리는 서로의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즉, 인간만이 서로 간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돌고래 역시 그렇다는 것이죠.
모든 생명은 기본적으로 구조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개체 내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고 개체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은 인간만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존재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식물이, 동물이 시도하는 소통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점차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과학자들이 조금씩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인간만이 자의식을 가진 것도,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도, 인간만이 소통을 하는 것도 아닌 것을 알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생명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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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