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와이너리 여행 - 식탁 위에서 즐기는 지구 한 바퀴
이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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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 와이너리 여행 (이민우 著, 은행나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여행하면서 여러 와이너리를 다녀온 어떤 와인 전문가의 여행기인가? 제목을 접하고 처음 느껴진 인상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다운 여행을 못한지도 벌써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지라, 저자의 세계 여행에 대해서 대리만족이라도 할 겸 몇 장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은 흔한 여행기 책이 아니었다. 작가가 와인 공부를 하고 와인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했던 실제적인 여러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에 더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도, 그리고 와인을 그리 많이 접해보지 못한 초보자에게도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가 실려 있는,  와인 속으로의 여행에 대한 책이었다.

 




책의 제목 답게 내용 또한 1부 와인여행, 2부 와이너리 여행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와인에 대한 여러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와인에 관심이 있으면 알아야 되는 주요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기존 입문서와는 확실히 다른 생생함과 깊이가 있다. 프랑스 와인과 가장 유사한 한국 음식은 김치라는 것, 와인 양조와 식당 운영의 공통점등은 평소에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비교였다. 또한 최고의 포도원 옆에 위치한 샤토 메이네이가 왜 아직까지 주변 포도원과 같은 수준의 와인을 만들지 못하는지 샤토 메이네이의 직원에 통해서 들은 이야기등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물론 세계의 최고의 싱글 빈야드는 어디일까? 향과 맛, 무엇이 더 중요할까? 최고의 와인은 레드일까 화이트일까 등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하는 내용도 여럿 있지만, 이러한 부분에서도 저자의 와인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2부에서는 여러 유명 와이너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모든 유명한 와이너리는 각자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로마네 콩티나 샤토 라피트 로칠드 같은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부터 시작하여, 샤토 퐁플레가드나 레 트루아 망 같은 알고보면 특별한 보르도 와인들. 그리고 몬테스나 마르케스 데 리스칼, 펜폴즈나 하디스 같은 와인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이너리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분명 와인 레이블 안에 숨어 있는 이러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아무런 정보 없이 마셨던 와인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며, 함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과도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주제가 될 것이다.


 



저자 이민우는 회사를 다니다가 와인에 빠져 프랑스로 건너가 생테밀리옹 와인 양조 학교에서 고등기술 자격증을 취득하고 루아르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경험을 쌓았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첫 번째는 저자가 프랑스 유학과 여행 시절 경험했던 생생한 정보를 책에 담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유학했던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유명 와인 산지인 생테밀리옹 동네 담배 가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가 샤토 안젤뤼스의 공동 주인이었던 장 베르나르 그르니에씨와 반갑게 인사를 한 이야기. 저자가 공부한 당시 보르도 동쪽의 포도원들의 상황이 안좋았을 때 샤토 벨 브리즈의 와인 재고를 전량 구입한 어떤 한국인 신사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아진 이야기 등은 그 어떤 와인 서적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생생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저자 이민우는 유학 후 국내로 돌아와 5년 동안 나라셀라에서 바이어 및 마케터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나라셀라는 몬테스 알파로 대표되는 칠레 와인 및 미국의 나파밸리를 비롯한 여러 주요 산지에서 프리미엄 캘리포니아 와인을 비롯하여 전세계에서 다양한 와인을 수입하는 대표적인 와인 수입사이다. 따라서 국내에 수입되는 다양한 와인에 숨어 있는 여러 이야기들과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생생한 와이너리의 정보를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토 안젤뤼스의 장 베르나르의 조카이자 대표 상속자인 스테파니 드 부아르가 국내에 왔을 때 생테밀리옹의 공주로 불린 그녀와의 인터뷰 이야기이나, 나파밸리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양조에 참여했을 때 양조원 직원들의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또한 와인 업계에 있기 때문에, 단지 와인과 와이너리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 뿐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와인업계의 어려움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등도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흥미로운 내용이다.


샤토 무통 로칠드의 바롱 필립이 보르도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이웃의 생산자를 설득하여 샤토 병입 시스템을 장착한 일이나, 엄격한 기준을 만족한 지역 다른 생산자에게 와인을 구입해 제네럴 와인을 만든 사실. 프랑스 최초의 와인 협동조합이자 오늘날 프랑스의 와인산업을 지탱하는 카브 쿠페라티브를 만든 르네 라마레의 이야기등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내용도 이 책에 실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책이지만, 책의 단점도 몇 가지 지적해보고자 한다. 그 중에 하나는 저자가 보르도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와인들이 프랑스 와인, 그리고 보르도 와인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2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부분은 프랑스 와이너리, 그리고 두번째 부분은 비-프랑스 와이너리이다. 프랑스가 와인계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국내에 접할 수 있는 프랑스 와인은 사실 현실적으로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따라서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국가의 와인들도 소개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특히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독일 등의 내용도 하나 정도는 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의 분량때문에 안타깝게 누락된 내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느낀 저자의 내공으로보면 여기에 빠진 와이너리들의 이야기 만으로도 이만한 분량의 책을 한권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서문에도 쓰여 있지만 저자가 여러 잡지에 기고 했던 글들을 모아서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어서 종종 약간 중복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왠지 복습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내용을 기억하기엔 더 좋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다.









저자가 책에서 쓴 것처럼 프랑스와 이탈리아에만 각각 3만 개와 4만 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소비자가 일생에 기억할 수 있는 와인의 이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는 이름을 기억해봄직한 유명한 와이너리 이야기를 소개하는 와인 책들이 이미 여러 권 출판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처럼 생생한 현장과 농부들의 땀의 이야기로 와인과 와이너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은 아직까지 찾기 힘든 것 같다. 사실 한 병의 와인 안에는 그들의 열정적인 노력이 가득 담겨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정말로 와인 속으로의, 그리고 와이너리로의 생생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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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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