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 석기 시대의 맥주부터 21세기 코카-콜라까지
톰 스탠디지 지음, 김정수 옮김 / 캐피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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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톰 스탠디지 著, 김정수 譯, 캐피털북스, 원제 : A History of World in 6 Glasses)”를 읽었습니다. 


역사가들은 보통 전쟁, 정치 그리고 경제에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물론 실제로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이런 거대한 동력입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작은 물줄기들도 있는 법이지요. 바로 생활사나 미시사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미시사 중 인류사에 등장한 음료 중 6 종류의 음료를 통해 인류사를 조망한 대중역사책입니다. 
저자인 톰 스탠디지 (Tom Standage, 1969)는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현재 영국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부편집장이라고 합니다. 그의 저작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과거 세종서적에서 번역 출간된 책을 번역자와 출판사가 바뀌어 재출간된 책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료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맥주’, 그리스와 로마의 ‘와인’, 식민지 시대의 ‘증류주’, 위대한 각성제라 불리웠던 ‘커피’, 세계를 정복한 영국이 선택하였지만 이로 인해 엄청난 무역적자를 감당해야 했던 ‘차’, 그리고 세계화의 상징과도 같은 ‘콜라’입니다.

북아메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영국의 계획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식민지를 건설하려 했던 버지니아는 위도 상 유럽의 지중해 기후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이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혹독한 북미의 기후는 지중해성 작물은 커녕 다른 작물도 키워낼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17세기 초 최초의 식민지 개척자들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으며 알코올의 공급 역시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농작물 역시 북미에서 재배하기 매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물이나 심지어 사과껍질, 호두나무 칩으로도 맥주를 만들려고 했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폐기물 중 하나였던 당밀로 만든 럼주가 대중화되면서 상황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대서양을 건너오지 않아도 되며 폐기물로 만들어서 값도 싸고 심지어 알코올 도수마저 높은 럼주는 북미 이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들은 계약을 체결할 때, 물건을 사고 팔 때, 화해할 때 럼주를 마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계약을 취소할 때에도 럼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관습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1733년 당밀법 (Molasses Act)이라는 새로운 법인 영국에서 제정됩니다. 이는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생산된 당밀이 북미에 수입될 때 부과되는 금지적 관세(prohibitive duty)를 골자로 한 법인데 이는 북미 식민지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럼주 산업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이러한 법은 비록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주민들의 큰 불만을 불러일으켰고 큰 저항과 영국법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 without Representation)’이라는 구호로 유명한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뒤로도 식민지 주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여러 법들이 제정되다 급기야 보스턴 차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미국 독립 전쟁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Founding Father) 중 한명인 존 애덤스 (John Adams, 1735 ~ 1826)는 ‘당밀이 미국 독립에 있어서 본질적 요소였다는 것을 고백’할 정도였다고 하니 럼주라는 증류주가 미국을 건국하는 데 기여한 음료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동의가 되는 바입니다.

물을 대체하는 음료가 역사 상에 등장한 것은 채 1만년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가 공을 들여 만들어낸 것이지요. 인류는 물의 대체 수단으로 음료를 만들어냈지만 단순히 물을 대체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종교 의식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정치적 상징물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예술이나 철학의 영감을 위한 원천이 되기도 했으며 권력과 신분을 상징하기도 하였습니다. 인류에게 음료는 단순한 물이 대체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소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역사는 홀로 이루어지지 않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집단과 집단의 관계를 통해 엮여져 나갑니다. 그렇기에 음료는 인류 역사에 있어 빠지지 않는 소품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음료가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흥미롭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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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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