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브로커들 - 일제강점기의 일본 정착민 식민주의 1876~1945 역사도서관 22
우치다 준 지음, 한승동 옮김 / 길(도서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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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기간을 살펴 보면 우리는 보통 조선총독부와 조선 민중 사이의 대립만을 떠올립니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에 조선총독부로 대표되는 공적 기관과 그에 종사하는 일본인, 그리고 조선인만 있었을 리 없다는 것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 민간인들도 함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제국의 브로커들 (우치다 준 著, 한승동 譯, 길, 원제 : Brokers of Empire: Japanese Settler Colonialism in Korea, 1876-1945)”은 일제 강점기 시절 한반도에 건너 온 70만에 달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숫자는 20세기 식민지 국가에 만들어진 공동체 중 규모가 가장 큰 것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정도에 비견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이 패망하자 그들은 본국으로 대부분 송환되었고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고 일본인들은 이들을 가해자가 아니라 희생자로 간주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많은 정착민들은 자신의 개척에 대한 고투를 술회하지만 제국주의 정치와 자신과의 관계는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들은 단지 자신의 터전을 떠나 이국 땅에 정착한 하층 계급으로 희생자로 열심히 살았을 뿐 제국주의와는 관련이 없었을까요?

이 책을 통해 저자인 우치다 준 (Jun Uchida)은 왜 그토록 많은 일본인이 조선으로 건너 갔는지, 그들은 조선인 그리고 총복부와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그들을 ‘제국의 보로커’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였지만 나아가 정착민의 단결을 유지하고, 본국 자본과 문화의 통로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제국의 식민 권력의 앞잡이 역할까지 수행한 그들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언론, 상업회의소, 부협의회 등 다양한 기관을 활용하거나 스스로 만든 조직이나 기구를 활용하여 식민 정치의 주변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선 통치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넓혀 갔습니다. 


“제국의 브로커들”에서 저자는 앞서 이야기한 식민지 내의 일본인 정착민들의 개인의 삶을 고바야시 겐로쿠(小林源六)’의 사례처럼 자세히 살피면서도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흐름도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저자가 일본 제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완성된 제국으로서 식민지를 경영하기 시작한 서구 열강과는 다르게 미완의 제국이 조선을 침탈하면서 본격적으로 제국의 완성을 이루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식민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일본인 정착민들의 역할 역시 제국의 형성에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며 막연히 희생자만은 아니라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조선 내 일본인 정착민에 대한 경계인적 성격을 가진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독서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국의브로커들, #우치다준, #한승동,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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