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회랑 :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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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OVID-19의 범유행(pandemic)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나마 COVID-19 대응에 있어 모범적인 국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 확진자 규모나 치명률 등을 보면 우리나라가 상당히 잘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응 중 일부분은 비판을 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추적하여 동선을 확인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비판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전체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노출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었을 것입니다. 팬데믹이라는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가 중요한지, 아니면 공동체 전체적인 안전이 중요한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좁은 회랑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공저, 장경덕 역, 시공사, 원제 : The Narrow Corridor: States, Societies, and the Fate of Liberty”은 국가 권력과 개인의 자유의 균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공저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Kamer Daron Acemoğlu, 1967~), 제임스 A. 로빈슨 (James A. Robinson, 1960~)은 전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최완규 譯, 장경덕 監, 시공사, 원제 : Why Nations Fail)을 통해 국가의 실패에 대해 논증한 바 있습니다. 


저자들은 “좁은 회랑”에서는 어떤 나라는 구성원이 자유를 누리고 있으나, 또 어떤 나라는 독재나 무정부 상태가 되는지에 대해 전작에서 논증한 국가와 제도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개인의 자유와 균형을 논증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의 한국판 서문에서 독재적 리바이어던(Despotic Leviathan)의 완벽한 본보기로 중국을 예로 들고 있는데 최근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의 대응에서 그 증거를 찾았습니다. 또한 저자들은 그 반대의 사례 (즉, 국가 권력과 개인의 자유가 조화롭고 균형적인 사례)를 한국에서 찾았습니다. 즉,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어쩌면 독재가 아닐지 모른다는 증거가 바로 한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무정부 상태의 본보기는 아마 미국이라고 저자들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자유가 번영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폭력을 억제하고 법을 집행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역량은 강한 국가와 사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회가 국가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권력은 괴물 (리바이어던, Leviathan)이 되어 무소불위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체제가 되어버립니다. 저자들은 독재국가가 불어오는 억압, 국가의 부재로 나타나는 폭력과 무법 상태 사이에 자유로 가는 ‘좁은 회랑’이 끼어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회랑은 혁명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고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언제나 안정적으로 남아있지도 않습니다. 회랑은 국가 권력과 자유와의 균형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협력하고 싸우면서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회랑은 최종으로 도달해야 하는 이상향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문’이 아니라 ‘회랑’이며 과정인 것이지요.

언뜻 떠올려봐도 이 회랑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좁은’ 것입니다. 속성상 언제나 괴물이 되려는 국가를 사회가 견제하고 통제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적절한 수준에서 보장하는 것이 쉬울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정치 철학, 사회학, 역사학적 논증과 함께 이러한 좁은 회랑 안에서 괴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와 대안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팬데믹 상황에서 동선 추적 및 공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일부 정보를 익명화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정부 당국이 수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경우 역시 이 책 “좁은 회랑”에서 이야기한 ‘자유와 통제의 균형’의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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