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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 금융 투시경으로 본 전쟁과 글로벌 경제
천헌철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10월
평점 :
“보이지 않는 돈 (천헌철 著, 책이있는마을)”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하게 금융의 관점에서 전쟁과 글로벌 경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금융업계에 현직으로 있으면서 쌓은 저자의 오랜 경험이 반영된 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크게 ‘전쟁과 금융’, ‘글로벌 경제와 금융’ 등 2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워털루 전투, 미국의 남북전쟁, 이탈리아 독립전쟁, 프로이션-오스트리아 전쟁, 러일전쟁, 그리고 양대 세계대전을 통해 전쟁을 통해 바라본 금융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러일전쟁 (1904~1905)은 일본이 서구 열강에게 승리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를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전쟁으로 관심이 가는 챕터입니다.
1904년 제물포의 해역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중재로 1905년 포츠머스에서 조약을 맺음으로써 마무리된 러일전쟁은 이후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하는 등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친 전쟁이었습니다.
책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인구는 4,600만명으로 러시아의 약 30% 수준에 불과하였으며 추정치에 의한 국내총생산 역시 러시아의 30% 수준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러일전쟁에 투입한 전비는 러시아가 일본의 그것에 거의 2배에 가까웠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추정 국내총생산의 25%에 육박하였고 당시 연간 세수의 무려 8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일본은 러일전쟁의 전비를 어떻게 충당하였을까요?
바로 외화 국채를 통해 전비의 47%를 조달하였는데 그 금액은 무려 8.2억엔으로 연간 세수의 4배에 육박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리라 보는 견해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전쟁 채권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는데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 부총재를 미국과 영국에 파견하기도 하고 전쟁 참관인을 허용하는 등 전비 조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에 만전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전쟁 채권의 상당수를 미국과 영국이 인수하게 되는데, 특히 미국의 인수 물량이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앞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소모한 전비는 연간 세수의 8배나 되는 막대한 금액으로 이는 개전 초기 예상했던 전비의 무려 4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국가 재정은 파산 직전이었으며, 심지어 러시아로부터 전쟁 배상금을 받지 못함으로써 재정 위기가 더욱 커졌는데 추가적인 채권 발행과 로스차일드의 인수 참여로 이 위기를 겨우 넘겼다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을 정치적, 군사적 행위로 보는 경향이 많으며, 사가들 역시 이런 관점에서 기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쟁 역시 ‘돈’이 들어가는 행위이며 돈을 조달하는 데에는 각종 금융 기법이 사용됩니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전쟁에서 세금을 통해 모든 전비를 충당한 전쟁은 거의 없으며 현대에 들어와서는 미국이 수행한 한국전쟁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이렇듯 전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또한 2부에서는 국제 경제를 떠받치는 국제 무역에 있어 이를 지원하는 체제의 탄생부터 이를 둘러싼 환경과 변화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금융사를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은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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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