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언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
톰 홀랜드 저자, 이종인 역자 / 책과함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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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홀랜드 (Thomas Holland, 1968~)는 역사 저술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입니다. 특히 이슬람과 페르시아, 로마와 관련한 수준 높은 역사 책을 저술한 바 있습니다. 그 중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은 “페르시아 전쟁 (이순호 譯, 책과함께, 원제 : The Persian Fire)”, “이슬람 제국의 탄생 (이순호 譯, 책과함께, 원제 : In the Shadow of the Sword: The Birth of Islam and the Rise of the Global Arab Empire)”, “루비콘 (김병화 譯, 책과함께, 원제 : Rubicon)”, “다이너스티 (이순호 譯, 책과함께, 원제 : Dynasty)” 등이 있습니다. 

톰 홀랜드는 그의 저작을 통해 새뮤얼 존슨상 (Samuel Johnson Prize, 현재는 Baillie Gifford Prize for Non-Fiction으로명칭 변경) 최종 후보, 헤셀-틸먼상 (Hessell-Tiltman History Prize) 수상, 런치먼상 (Runciman Award) 수상 등을 기록할 만큼 인정받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경력 사항 중 독특한 부분은 소설가로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인데 실제 역사 저작에서도 대중 친화적인 글쓰기는 이런 경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읽은 “도미니언 (톰 홀랜드 著, 이종인 驛, 책과함께, 원제 : Dominion: The Making of the Western Mind)”은 톰 홀랜드의 신작입니다. 이 책은 기독교 발생 이전인 기원전 479년 아테네부터 시작하여 2015년 독일 로스토크까지의 2500여 년에 걸친 시간 동안의 기독교가 영향을 미친 역사를 살피면서 기독교가 어떻게 서구 사회의 세계관과 가치 체계를 만들고 지배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실증을 통해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고대 로마에서 십자가형은 고통스럽고 경멸스러운 처형 방식이었습니다.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최악의 형벌 중 하나로 로마인들조차 이 형벌을 혐오스러워 했기에 십자가형에 처해지는 노예들은 가장 멀리 떨어진 벌판으로 데려가서 십자가에 매달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형에 처해진 노예는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에 처해진 나사렛 출신의 한 유대인은 이후 2000년 간 가장 중요한 이름이 됩니다. 그가 당한 멸시, 불명예, 고통, 비참함, 공포는 끔찍했지만 이례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권력자에게 신성을 부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 신성이란 바로 적들을 죽여버리고, 고문하고, 못 박고, 십자가형을 내리는 권력입니다. 하지만 십자가형을 당한 그 유대인은 죽음으로써 신성을 획득합니다. 일부 권력자들에게 이것은 신성모독이었겠지만 이후 로마 황제들조차 “예수”의 신성 (Christos)을 인정하게 됩니다.

중요한 변화가 1070년 경에 나타납니다. 안셀무스 (Anselmus Cantuariensis , 1033-1109)의 기도문을 통해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는 깨달음을 나타내게 됩니다. 하지만 십자가형의 처참함에 대해 로마인들의 혐오, 경멸과는 다른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들은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의 모습을 보면서 동정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꼴찌가 첫째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 ‘인내, 기도, 사랑’ 이것들이 바로 안셀무스가 규정한 기독교의 미덕이었습니다. 

이러한 십자가는 2000 여년이 지난 2014년 IS가 점령한 신자르 지방에서 형벌의 형태로 재현됩니다. IS는 그들이 점령한 이 지방에서 남자들을 십자가형에 처합니다. 이때 저자는 십자가형이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포의 상징으로 지배권 (Dominion)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정복자의 표식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그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오히려 공포의 대리인이 되어버리고 약자를 어둠으로 밀어넣기도 했습니다. 


“도미니언”은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홍수 같은 물결이 흘러간 과정을 탐색”했다고 합니다. 그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 역시 기독교의 부외자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가 서구 세계에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듯이 영향을 미친 과정을 최대한 물결의 뒤에 서서 특유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이야기했듯이 최근 종교적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많은 합의된 가치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전제 조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그의 주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만) 심지어 무신론의 대표적인 투사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가 가지는 불가지론자, 세속주의자, 인도주의자로서의 면모 역시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서구의 가치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가 미친 영향력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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