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신은 왜 없느냐고 물었다 겨우 인간 2
장태삼 지음 / 책나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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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가끔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읽던 책을 내려 놓고 심호흡을 하거나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면서 한 숨 돌리면 좋습니다. 그래도 책이 눈에 안 들어 오면 책장 맨 아래칸에 있는 시집 중 하나를 꺼내 듭니다. 낯 익은 시 한 두 편을 나지막하게 입에서 굴려 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혹은 쏟아지는 지식을 받아내다 지친 머리 속이 진정되곤 하더군요. 


하루는 그럴 요량으로 책장을 살펴봤지만 유독 그 날 따라 마음이 가는 시집이 없더군요. 그래서 오랜만에 시집 한 권 사기 위해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습니다.  이 책 저 책 살펴보다 마땅한 시집을 찾지 못했는데 지인에게 “신에게 신은 왜 없느냐고 물었다 (장태삼 著, 책나무출판사)”라는 재미난 제목의 시집 한 권을 추천 받아 주문했습니다.


재기 발랄한 제목이 인상 깊더군요. 신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신은 있는 것일텐데, 아니 애당초 신이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질문할 신이 나타났다면 그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텐데. 장태삼 시인은 왜 이런 제목으로 시를 썼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있는 그대로 읊어봐도 되고 의미를 짚어봐도 되지만 제 나름대로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신은 신의 세계에 있고, 인간은 인간의 세계에 있어 서로 교통(交通)할 수 없으니 인간에게 신은 없는 것이다. ‘슬픈 종소리’ 조차 이명혹은 해석이 다른 목소리로 취급하는 신은 서로 공감(共感)할 수 없으니 인간에게 신은 없는 것이다. 신에게 ‘겨우’ 인간일 뿐으로 존중하지 않으니 인간에게 신은 ‘겨우 신’이 된다. 그러므로 전지전능한 신은 없는 것이다. 하여 인간은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지구가 쪼개지는’ 날이 올지라도 ‘인간’은 신을 찾지 않고 ‘홀로’ 살아갈 것이다. 



말기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자신이 그동안 이야기했듯이 신에게 기대지 않고 죽음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사유한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Eric Hitchens, 1949~2011)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일상, 누구나 즐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상.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에 스스로를 용서하면서 ‘빨간 글씨’가 용서해줄 것이라 말을 돌리는 시인의 모습. 우리가 평범하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그렇게 용서하면서 살아가는 모습도 시인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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