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하는 마음 - 제7회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전우진 지음 / 마카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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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 (전우진 著, 마카롱)”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정숙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런 능력도 가지지 않는 우리네 입장에서는 대단한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 번에 15분만 되돌릴 수 있고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칼이나 송곳 등으로 손을 완전히 관통해야 합니다. 시간이 되돌려지면 상처는 사라지지만 그 통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성폭행 당하기 직전, 딸이 큰 화상을 입었을 때, 그리고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등 정말 필요할 때에만 시간을 되돌립니다. 로또 번호를 미리 알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려고 했지만 이때는 시간을 되돌려도 원하는 성과를 얻지는 못합니다. (로또는 추첨 1시간 전에 마감하거든요. 한 번도 그렇게 아픈데 네 번을 어떻게…. 하지만 정숙 씨는 이것을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안되면 네 번 관통시키면 로또에 당첨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한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바로 그 통증을 딸인 주영과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혼자만의 고통이라면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딸과 통증을 공유하기 때문에 함부로 시간을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딸 주영이 수능을 망쳤을 때 딸의 부탁으로 시간을 스물 여덟번 되돌리려고 했습니다. 아프지만 딸이 저렇게 울고 실망하니 엄마가 어떻게 안들어줍니까? 그런데 결국 딱 두 번 관통시켰는데 남은 스물 여섯 번의 통증이 무서워진 딸이 울면서 그만하라고 해서 실패했습니다. 


정숙 씨는 편의점 점주입니다. 본사 지적을 받아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야 하는데 정말 맞춤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태권도장에서 일하던 혜림이었습니다. 운동을 하던 친구라 힘도 세고, 책임감도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편의점 알바 경력도 있는데다 준비성도 철저합니다. 그 자리에서 채용이 결정된 찰나… 하얗고 시원하고 부드럽고 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데다 심장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잘생긴 남자 아이가 편의점에 들어옵니다. 알바를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들어온 성재입니다. 정숙 씨는 망설임 없이 사무실로 들어가 바로 손을 찌릅니다. 주영의 불만에 찬 전화는 걱정도 안됩니다.



참 독특한 소설입니다. 대화와 서술, 묘사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 문체도 그렇고 (처음 책을 읽을 때 초반 적응이 약간 어려운데 적응되고 나면 작품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작중 사건들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관찰하고 다른 이에게 이야기해주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따뜻한 녹차 한 잔 마시고 난 후 컵에 남은 찻잎처럼 읽고 나면 마음에 향기롭고 따뜻한 무엇인가가 남아 있네요.


덧붙이는 말 하나 : 이 작품의 장르를 굳이 이름 짓자면 소시민 판타지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덧붙이는 말 둘 : 이 작품은 교보문고에서 진행하는 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입니다. 바로 그 해에 “기린의 타자기 (황희 著, 들녘)”가 우수상을 받았더군요.  


#관통하는마음, #전우진, #마카롱,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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