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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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조지프 캠벨 著, 권영주 譯, 더퀘스트, 원제 : Myths to Live By)”을 읽었습니다.


조지프 캠벨은 미국의 종교학자이자 신화학자로 일가를 이루었던 인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학자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그의 저작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특히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베리아부터 호주까지의 신화를 아우르는 그의 역작인 ‘신의 가면’ 4부작은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유명하지만 입문작으로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그의 대중 강연이나 인터뷰를 모은 작품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영웅의 여정 (조지프 캠벨 著, 박중서 譯, 갈라파고스, The Hero's Journey: Joseph Campbell on His Life and Work)”, “신화의 힘 (조지프 캠벨, 빌 모이어스 共著, 이윤기 譯, 21세기북스, 원제 : The Power of Myth)”이 대표적이며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도 역시 그런 맥락의 재출간이라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 (Joseph John Campbell, 1904~1987)이 1958년부터 1971년까지 쿠퍼유니언포럼(Cooper Union Forum)에서 진행하였던 신화와 관련한 25회의 강연을 12편으로 구성하여 1972년에 출간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화와 함께 하는 삶 (이은희 譯, 이경덕 監, 한숲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절판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길벗 출판사의 인문교양 브랜드인 더퀘스트에서 다시 번역하여 출간하였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 듯이 이 책은 12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화에서의 영웅의 여정이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투영한 것이라는 조지프 켐벨의 사상을 생각하면 이 책의 각 장은 신화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인생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특히 첫 편인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60년 전의 강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지성주의가 득세하고 있는 지금에도 유효한 질문으로 보입니다. 


책에 소개된 대화를 들어보죠.


아이 : 지미가 오늘 인류의 진화에 관한 숙제를 발표했는데 선생님이 걔 생각이 틀렸다고 했어요. 아담과 이브가 인류 최초의 조상이래요.

엄마 : 선생님 말씀이 맞지. 인류 최초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야.

아이 : 네, 그건 아는데요, 그렇지만 이건 과학 숙제였다고요.

엄마 : 하여간 과학자들이란! 그건 그냥 이론일 뿐이야.

아이 : 네, 알아요. 그렇지만 사실을 근거로 증명됐는걸요. 뼈도 발견했다고요.


(조지프 캠벨 著,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권영주 譯, pp10~11)


조지프 캠벨은 우연히 마주친 이 대화를 통해 상징 및 권위로서의 신화와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학조차 진리를 말해주지 못하는 현실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과학은 진리인 척 하지 않고 최종적인 지식인 척 하지도 않습니다. 묵묵히 그리고 끊임없이 진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은 믿음(belief)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trust)의 대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신화에 담겨진 많은 이야기들이 ‘거짓’은 아닙니다. 물론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거짓이라고 한다면 옳은 이야기이겠지만 실제의 사실이 아니라 인류가 가진 ‘정신의 사실’을 담은 그릇으로 본다면 온전히 거짓은 아니겠지요. 조지프 캠벨은 신화학자가 할 일은 신화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사실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우리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조지프 캠벨은 ‘신화’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언제까지고 영원히 다시 쓰여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만 그 ‘신화’는 민족이나 국가의 목적이 아니라 바로 ‘개인’에 맞추어 그 ‘개인’을 깨워 스스로를 알게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은 곧 그 신화를 듣고 보는 우리의 이야기이거든요. 


 #다시신화를읽는시간, #조지프캠벨, #권영주, #더퀘스트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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