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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퍼시픽 실험 - 중국과 미국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가
매트 시한 지음, 박영준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9월
평점 :
소련의 붕괴 및 연방 해체(1991)라는 역사적 이벤트를 통해 미소 양극의 냉전 시대가 종식된 다음 한동안 국제 정세는 미국의 일강 체제 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의 역할을 하며 꾸준히 성장을 해온 중국이 이제 미국의 일강 체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진핑 (习近平, 1953~) 집권 이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근대 이래로 ‘모든 중국인들이 꾸고 있는 가장 위대한 꿈’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의 기치 아래에서 아시아 및 태평양의 질서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나 ‘일대일로 (一带一路)’, ‘과학굴기 (科學崛起)’ 모두 이러한 중국몽의 일환으로 생각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중국몽은 아시아 태평양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현재의 미중 무역분쟁은 향후 국제 질서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쟁탈전의 전초이라 보는 견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신 양극체제의 출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트랜스퍼시픽 실험 (매트 시한 著, 박영준 譯, 소소의책, 원제 : The Transpacific Experiment)”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 관계를 이러한 갈등의 관점이 아닌 태평양을 사이에 둔 거대 국가 간의 협력, 교류의 현장을 실제적으로 독자에게 보여주고 세계의 평화와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경쟁인가, 아니면 국제 평화를 바탕에 둔 협력과 교류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참신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책입니다.
미국 태생인 매트 시한(Matt Sheehan)은 마르코 폴로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언론인으로 ‘2018년 젊은 중국 연구자상’의 후보에도 오를 정도로 중국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자가 말하는 트랜스퍼시픽 실험(Transpacific Experiment)이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외교적 교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저자는 이의 예로 중국 학생이 미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중국에서 투자자를 찾’거나 ‘캘리포니아 여러 도시 시장이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일련의 노력을 하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긴밀하고도 다면적인 교류’는 이미 양국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국제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는 주장하며 이 책으로 그 사례와 성과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흥미롭게 증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와 중국 간의 관계는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 부족한 노동력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노동자가 대량으로 미국으로 이주해오는 과정에서 처음 맺어졌습니다. (쿨리, 苦力)
과거 노예나 다름없던 중국인 노동자에 의해 맺어진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점차 글로벌 협업의 형태를 갖추게 되나 최근 트럼프의 등장으로 인해 이 관계가 상당히 무너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통해 목도한 많은 성과들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아직 트랜스퍼시픽 실험은 초기에 불과하며 그동안 이루어진 모든 형태의 교류는 결국 하나하나가 씨앗이 되어 두 나라에 모두 골고루 뿌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새옹지마, 언지비복 (塞翁之馬 焉知非福)’이라는 중국 고사를 인용하며 예측 불가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국제 협력이라는 명분 및 대의를 위해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면서 묵묵히 해야 할 일(트랜스퍼시픽 실험)을 해나가야 한다고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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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