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벌 전쟁 - 현대 중국을 연 군웅의 천하 쟁탈전 1895~1930
권성욱 지음 / 미지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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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심규호 著, 일빛)” pp.410~411 

1912년 청나라 선통제가 퇴위하면서 청 왕조는 공식적으로 멸망하였다. (중략) 청조의 장군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던 지역에서 휘하의 군대를 통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유교적 가치와 배경을 지닌 이들로서 자기 영토에서 토지세를 포함한 세금을 통해 자신들의 독자적 통치를 강화하였다. 때로 전족을 금지하거나 학교를 설립하는 등 진보적인 개혁 정책을 펼치기도 하였으나, 그 본질은 오로지 군사적 힘에 의지한 철권 통치에 불과했다. (중략) 안직전쟁은 직예파가 장작림의 봉천파와 연합하여 북경의 안휘파를 추방하기 위해 벌인 것이고, 봉직전쟁은 직예파와 봉천파가 벌인 전쟁으로 봉천파가 득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틀라스 중국사 (박한제, 김형종, 김병준, 이근명, 이준갑 著, 사계절) p.208

집권 이후 원세개의 독재 통치와 복고 풍조 및 존공(尊孔) 운동이 기세를 떨친 데다가 그의 사후 북경 정부를 장악하려는 군벌 사이의 혼전이 만성화되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 (폴 로프 著, 강창훈 譯, 유유, 원제 : China in World History)” pp.311~315

위안스카이가 죽은 1916년부터 1927년까지는 장구한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어둡고 폭력이 난무한 시대였다. 위안스카이를 따르던 옛 장군들은 한 사람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지 못한 채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군대를 오로지 자신에게만 충성하는 사병 집단으로 만들었다. (중략) 날강도나 다를 바 없는 군벌도 있지만, 그중에는 자기가 통치하는 지역에 독립 정부를 건설하기 이해 노력한 군벌도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훌륭한’ 군벌은 평위샹 (馮玉祥)이었다. (중략) 장쭤린(張作霖)은 만주 지방 마적단 출신으로 냉혹한 통치자였다. 옌시산 (閻錫山)은 산시의 서북부를 차지했는데, 그곳에서 공중도덕을 함양하고 산업화에 힘썼다. 


“중국통사 (미야자키 이치사다 著, 조병한 譯, 서커스, 원제 : 中国史)”p. 504

원세개는 낡은 인물임에는 틀림없으나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의 부하 군벌을 통솔할 수 있었는데, 이윽고 그가 죽자 대소 군벌 수령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 행동하니 때아닌 전국시대가 출현했다. (중략) 전쟁 때마다 약탈과 살인이 되풀이되어 일반 인민이 입는 재해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 최근세사를 뒤흔들었던 군벌들은 매우 흥미로운 요소들이 정말 많습니다. 청나라가 소멸한 후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은 군사지도자들이 각 지역을 할거하면서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쟁투하는 모습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나 진나라 말기 항우와 유방, 후한 말기 위촉오를 방불케 하지요.



군벌 전쟁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 대중 역사서는 드물기도 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통사를 다룬 책들도 이 시기에 일어난 군벌들의 쟁투는 간단하게 한 두 단락 정도로만 기술하고 있어 이 시기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습니다. (중국통사에서 군벌 전쟁에 관한 기사를 자세히 기술할 수 없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장바구니에서 결재할 날만 기다리고 있던 “중국 군벌 전쟁 (권성욱 著, 미지북스)”을 네이버 역사 카페 “부흥”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를 통해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중국 군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대중역사서입니다. 부제가 ‘현대 중국을 연 군웅의 천하 쟁탈전 1895~1930’인데 여기에는 기존 역사서에서 다룬 군벌에 대한 관점과는 다른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이 녹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들에서는 군벌에 대해 ‘철권 통치’, ‘혼전이 만성화’, ‘날강도나 다를 바 없는’, ‘약탈과 살인’ 등 대부분 부정적인 표현으로 일관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군벌에 대해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데에는 대륙의 통일에 성공한 중국 공산당의 관점이 반영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군벌을 타도한 공산 혁명은 필연적이었으며 선(善)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군벌을 악마화했다는 이야기이지요.



저자는 군벌의 시대를 제국의 멸망과 이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상황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중국이 태어나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토비와 다름없는 군벌도 있었고, 수탈을 일삼는 군벌도 있었지만 저자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 시기 동안 중국은 ‘그럭저럭 잘 돌아’간 시기였다고 합니다. 흔히들 군벌 쟁투라고 하면 당연스럽게 무법 천지 혹은 나라 전체가 폐허가 되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아편 밀매를 금지하고 교육을 보급하여 인재를 양성하고 근대 산업을 육성하는 장쭤린(張作霖), 낙후된 산시성을 발전시킨 옌시산 (閻錫山) 등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군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그 근거로 1913년 4억냥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1928년 10억냥에 가깝게 성장하였고, 공업 생산량 역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여 ‘민족 사업의 황금기’라 불리우며 경제 성장을 구가했던 점이나 미국 남북 전쟁, 스페인 내전, 소말리아 내전과는 다르게 자기 파괴적인 내전이 아니었던 점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본 군벌에 대한 관점은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혁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관점, 즉 혁명사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며 군벌 전쟁의 양면성을 모두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현대를 만들어낸 군벌 전쟁을 바라볼 때 ‘혁명과 반혁명, 군벌과 반군벌’ 혹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은 지나친 단순화이자 정치적인 평가’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중국의 군벌에 대해 어느 정도의 그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머리말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세간의 군벌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습과 똑같았지만 이러한 군벌에 대한 편견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애초에 내가 알고 있던 군벌에 대한 모습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군벌은 단순한 토비 혹은 날강도가 아니라 해당 지역을 통치하던 군사, 정치적 지도자였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버린 겸손한 마음으로 1장부터 저자로부터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저자의 주장에 연결되는 근거 혹은 출전을 명기하여 독자가 필요할 경우 해당 근거를 찾아볼 수 있게 구성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권성욱님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글 자체가 워낙 재미있어 두꺼운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읽어 나가는 진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책의 두께에 압도당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부담 없이(?) 도전해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각 장별로 내용을 요약할까,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른 쑨원을 중심으로 쓸까? 아니면 인상깊었던 대목 몇 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쓸까? 등등


예전에 읽었던 중국사 책 몇 권을 뒤져 군벌에 관련한 내용을 찾아봤더니 하나 같이 토비로 묘사하고 있더군요. (하나쯤은 예외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만…) 그래서 군벌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심으로 서평을 쓰게 되었습니다.



#중국군벌전쟁, #권성욱, #미지북스


ㅁ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 ( https://cafe.naver.com/booheong/196917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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