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권오영 著, 21세기북스)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ㅣ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권오영 著, 21세기북스)”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권오영 교수는 서울대 교수이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풍납토성 발굴을 통해 백제 왕성임을 입증한 것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유적지를 발굴하였는데 범위는 한국을 벗어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서에만 치우치지 않고 직접 발굴팀을 이끌며 유적과 유물을 통해 고대사의 정치, 생활사를 밝혀내는 그의 학문적 태도는 이 책,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대사의 경우 사서가 매우 빈약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제외하면 삼국 시대에 대한 국내 사서는 없다시피 하며 그마저도 당대 사서가 아니라 500~1000년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 편찬되었다 보니 당대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완적으로 중국이나 일본 측 사서를 활용하지만 고대사는 사료로만 연구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역사 왜곡 시도나 역사 관련한 국제적 다툼이 잦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사서가 아니라도 금석문, 목간, 매장문화재 등 유적이나 유물이 남아 있는 경우 이를 연구하여 당시를 복원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매장문화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이제 역사학자들이 사서 분석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료들을 분석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라국의 경우 가야의 여러 나라 중 하나이지만 기록이 거의 없어 수수께끼와도 같았던 나라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합천에서 발견한 고분을 발굴하였을 때 쏟아져 나온 유물은 그 양과 호화로움은 엄청난 것들이었고 합천 일대에서 성장하였던 다라국의 실체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장 유물을 통해 다라국의 지배 구조와 신분 제도를 어느 정도 밝혀낼 수도 있었구요. 

삼국사기에 기록된 개로왕의 죽음과 관련한 일화 중 의문스러운 구절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개로왕의 토목공사를 묘사하는데 증토축성(蒸土築城)이라는 표현입니다. 흙을 쪄서 성을 지었다는 이 표현의 비밀은 많은 역사학자들이 밝혀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증토축성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또 하나의 성, 통만성을 발굴 조사할 때 중국 학자들이 성의 축성 재료를 분석하면서 비로소 비밀의 드러났는데 이는 바로 황토와 석회를 섞을 때 발생하는 화학 반응으로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는 것을 묘사한 표현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한국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을 경우 고대사의 큰 그림을 밝혀낼 수 없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역사학자 하면 사서에만 파묻혀서 연구에 몰두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언뜻 떠오르는데 이 책을 통해 발굴 현장을 누비면서 과거의 유물과 유적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해내는 역동적인 학자의 모습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21세기북스 서가명강 시리즈의 12번째 책입니다.

서가명강은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라는 컨셉으로 서울대 교수진의 인기 교양 강의를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기획한 시리즈입니다. 책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 http://www.podbbang.com/ch/14808 ),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Ikt8TCWiH0xO3Wy8ZfvvVg )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며칠 전에 신라 귀족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발굴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60527.html ) 마침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를 읽고 있던 중 접한 기사라 이런 발굴 뉴스도 과거와는 다르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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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