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 전쟁 (자오타오, 류후이 共著, 박찬철 譯, 위즈덤하우스, 원제 : 世界貿易戰簡史)”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자오타오 (趙濤), 류후이 (劉揮) 두 분 모두 중국인으로 최근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중국인이 바라보는 무역 분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하 무역 분쟁을 저자들의 표현에 맞추어 무역전쟁으로 통일하여 기술함)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15가지의 무역전쟁 사례의 기원부터 전개, 결과를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중 흥미로운 한 가지 사례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바나나 때문에 미국과 EU가 제대로 붙었다”
1993년 미국과 EU 사이에 새로운 무역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그 불씨는 바로 바나나. 당시 세계에서 바나나를 가장 많이 소비하던 EU는 ‘바나나수입 404/93호 규정’을 발효해 유럽국가의 과거 식민지 국가에서 생산되던 바나나를 최우선적으로 수입하고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는 수입허가제와 수입할당제를 적용하기로 합니다. 미국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WTO에 EU를 제소하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됩니다.
미국은 바나나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바나나무역이 미국 기업의 이익에 직결되기 때문이었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치키타(Chiquita)와 돌(Dole)이었습니다. EU의 제한 조치로 인해 이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까지 떨어지는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이죠. 또한 당시 미국 기업이 바나나를 주로 재배하던 지역이 중남미인데 EU의 제한 조치로 이들 지역의 경제가 어려워져 미국 제품의 수입도 어려워지면서 미국 경제의 일부를 담당하던 순환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고 불법이민자까지 늘어나게 되는 상황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WTO의 분쟁해결기구에서는 미국의 손을 들어줬는데 EU는 이 판결에 반발하면서 지연전략을 구사하게 됩니다. 그러자 미국은 301조를 발동하여 EU산 수입품에 대한 징벌적 수입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명확한 승자가 없는 상태로 지리하게 서로 주고 받는 무역전쟁을 계속하다 2001년 WTO 사무총장의 중재 하에 EU는 수입할당제를 없애고 미국은 보복조치를 철회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일단락을 맺게 됩니다. (이 바나나로 인한 무역전쟁은 이후 2012년 최종적으로 종식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2002년 철강에 대한 수입 관세를 올리면서 다시 EU와 미국은 무역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이를 ‘패권안정론 (The Theory of Hegemonic Stability)’라는 관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의 패권이 강할 때는 개방적인 무역환경을 유지하려고 하고 스스로도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취하지만 패권이 쇠퇴하는 경우 보호무역을 취할 것이라는 이론인데 최근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 유달리 공격적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저자들은 미국이 철강 수입관세를 올리자 자국 생산 철강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실업률이 증가되면서 경제 전체적으로 부실화되었다는 사례를 들면서 미국은 그동안의 무역 분쟁에서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미국이 이번 무역 분쟁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이야기한 모든 관점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무역 분쟁의 세계사적 사례들을 흥미롭게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세계사를바꾼15번의무역전쟁, #자오타오, #류후이, #박찬철, #위즈덤하우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