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고요한숨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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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즈가미 세이치가 있는 세상은 평화롭고 행복함만 가득한 세상입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이웃들은 언제나 친절하고 아내와 딸은 사랑스럽습니다. 이웃 간에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세상이라 돈을 벌려 하지 않아도 좋고, 굳이 돈이 필요하면 동산에 올라 황금이나 보석을 주어다 팔면 됩니다. 아니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마법사와 마녀들이 원하는 재료이다 보니 운동삼아 황금이나 보석을 주어다 팝니다. 가끔 마물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웃들과 함께 힘을 합쳐 물리칩니다.


언뜻 언뜻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서 너무나 행복하거든요. 과거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끔찍한 기억들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나카즈키 가쓰렌이라는 사람이 접근합니다. 세이치가 살았던 세계인 지구에서 왔다고, 지구는 지금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는 세이치가 살고 있는 세상, 그의 아내, 딸,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핵을 파괴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의 세이치에게 모든 것을 없애야 인류가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과연 스즈가미 세이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2018년 제 9회 야마다 후타로상 (山田風太郎賞) 후보작이었던 “멸망의 정원 (쓰네카와 고타로 著, 이규원 譯, 고요한숨, 원제 : 滅びの園)”에서 그리고 있는 세계입니다.


(이 해 야마다 후타로상을 수상한 작품은 며칠 전 읽었던 “보물섬”입니다.)

https://blog.naver.com/mych8816/222080595731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친 샐러리맨 스즈가미 세이치는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낙원 같은 세상에 정착하여 이웃과 사귀고,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알고 보면 외우주에서 날아와 지구 대기권에 자리 잡은 미지의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상념의 다른 차원입니다. 스즈가미 세이치는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구에서는 미지의 존재에 의한 영향으로 이상 현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정신 이상자나 자살자가 속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뿐 아니라 푸니라는 괴생명체가 출몰하게 되면서 지구 위의 인류 문명은 점차 쇠퇴해 가기 시작합니다. 


책 초반부의 이야기는 목가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마치 무릉도원에서 살아가는 동화와도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돌입자와 세이치가 만난 시점부터는 본격적인 디스토피아 장르로 변모합니다. 


미지의 존재와 푸니로 인해 삶이 파괴된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헌신하는 영웅들,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미지의 존재를 물리치려는 노력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내내 몰입하고 납득하며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지구가 위기에 닥쳤을 때 우리 이웃을 구하기 위한 영웅도 있고, 가족과의 삶을 지키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옳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는 독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스즈가미 세이치의 선택 때문입니다. 그는 인류를 위해 아내와 딸을 포함한 그의 모든 것인 세상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인류에 대항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요? 누가 정의였을까요?


스즈가미 세이치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것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판단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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