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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오키나와’ 혹은 ‘우치나’
한 때 류쿠 왕국이라 불리웠던 독립 국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 흡수되어 버린 망국, 1945년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 전투로 말미암아 민간인만 10만명 가까이 희생된 참사(당시 오키나와 인구가 40만명이었는데 그 중 민간인 10만명이 희생당했고 오키나와 출신 군인 3만명이 전사했다고 합니다)를 겪은 곳, 1972년까지 미군정의 지배 하에 놓여있던 땅, 1972년 5월 15일 일본으로 반환되어 일본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이 아닌 섬.
오래 전 “머나먼 갑자원 (야마모토 오사무 著, 서울문화사, 전 10권, 원제 : 遥かなる甲子園)”이라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키나와라는 섬의 특수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청각 장애인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정도로만 이해하고 감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임산부들이 풍진이라는 병에 노출되었고 그 많은 아이들이 청각장애를 지니고 태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이후 우연히 오키나와 가요인 ‘하이사이 오지상 (ハイサイおじさん, 안녕하세요 아저씨)’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매우 경쾌하고 흥겨운 리듬의 노래인데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연과 한을 ‘하이사이 오지상’과 같은 경쾌한 리듬으로 노래하고 있는 오키나와라는 섬이 궁금해졌고 “오키나와 이야기 (아라사키 모리테루 著, 김경자 譯, 역사비평사)”를 통해 이 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보물섬 (신도 준조 著, 이규원 譯, 양철북, 원제 : 宝島)”을 읽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갑자기 사라진 섬의 영웅을 찾기 위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저자인 신도 준조 (真藤 順丈, 1977~)는 2008년에 데뷔한 이래 순문학, 라이트 노벨, SF, 호러, 판타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라고 합니다. 특히 2019년에 “보물섬”을 통해 년에 160회 나오키상 (直木三十五賞)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섬의 영웅 ‘온짱’이 사라졌다. 도대체 ‘예정에 없던 전과(戰果)’가 무엇이지?
온짱, 구스쿠, 레이 등은 미군 기지에서 물자를 훔쳐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센카아기야’들입니다. 하지만 훔쳐낸 물자로 학교를 짓고 지역 주민들에게 먹을 것과 의료 용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은 지역 사회의 영웅입니다.
어느날 온짱은 다른 패거리와 합동으로 캠프 가데나를 털기로 합니다. 이상하게 판이 커졌지만 그래도 온짱이 계획한 일이기에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결행합니다. 언제나 온짱의 계획은 실패가 없었지만 그날은 캠프 내 미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 이리 저리 도망 다닙니다.
구스쿠와 레이는 겨우 탈출하지만 온짱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온짱의 친구 구스쿠, 온짱의 혈육 레이, 그리고 온짱의 여자친구 야마코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온짱을 찾아나서는데….
앞서 언급한 “오키나와 이야기”에서는 핍박 받고, 차별 받고, 강간 당하고, 살해 당했던 설명으로만 존재하던 사실들이 “보물섬”을 통해 우치난츄(沖縄人)로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로 튀어나옵니다.
일본제국에 속하였기에 가해자로 취급 받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식민지였고, 오키나와 전투 당시 일본군에 의한 강요된 집단 자살, 피난지에서의 집단 학살 등 일본군의 전쟁 범죄에 피해를 당했으며 전후에도 온 섬이 미국과 일본이 행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이야기를 일본 문학 작품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특유의 피해 서사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는 여전히 미국의 기지촌이며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슬프고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600페이지 가까이 계속되면 독자가 자칫 지쳐버릴 수도 있는데 이런 한스런 이야기들을 해학으로 승화하여 풀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에 풀어낼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해서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기회가 되시면 “머나먼 갑자원”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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