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k Book 핑크북 - 아직 만나보지 못한 핑크, 색다른 이야기
케이 블레그바드 지음, 정수영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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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원초적이며 본능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회적인 맥락에 의한 문화 공동체적 현상으로 후천적인 부분이 더 많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빨간 색을 예로 들어 보죠. 과거에는 빨간 색은 건강, 강인함과 더불어 신성함, 존엄을 의미하여 남자의 색이며 왕의 색을 의미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빨간 색은 혁명, 급진, 금지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는 붉은 악마와 2002 월드컵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만.


 


빨간 색과 하얀 색의 조합인 분홍색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여아의 색상으로 많이들 받아들이고 있으나 1950년 대 이전에는 남아의 색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여아의 경우는 파란색을 더 선호하였다고 하구요. 지금의 인식과는 반대의 맥락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출처 : https://425magazine.com/the-history-of-pink-a-changing-perception/ )


하나의 색만 하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의미와 시대적이며 사회적 맥락을 이해해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읽은 “핑크북 (케이 블레그바드 著, 정수영 譯, 덴스토리, 원제 : The Pink Book: An Illustrated Celebration of the Color, from Bubblegum to Battleships)”은 상징, 역사, 문화 등 전반적으로 분홍색 (Pink)에 주목하여 탐구한 결과물입니다.

저자인 케이 블레그바드 (Kaye Blegvad)는 영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라고 하는데 그녀의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온라인 쇼핑몰과 책 2권을 출간했다는 정보 외에는 그다지 공개가 많이 되어 있지 않네요.


책은 상징으로서의 핑크나 핑크와 관련한 여러가지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재미있는 내용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통 핑크하면 눈에 잘 띄는 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차, 머리카락 혹은 강아지의 털색 등을 생각하면 쉽게 연상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군함의 색을 위장 목적으로 핑크로 칠했다면 믿어지십니까?

제 2차 세계 대전 중 영국 해군은 군함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군사적인 이유 뿐 아니라 섬나라인 영국으로서는 군함의 존재가 매우 중요했으므로 이런 피해를 줄일 묘안이 필요했죠. 해군 제독인 마운트배튼 경 (Louis Francis Albert Victor Nicholas Mountbatten, 1900~1979)은 군함의 피해가 집중되는 시간이 동틀 녘과 해질 무렵이었다는 점에 착안하여 회색빛이 도는 핑크로 군함을 위장시켰다고 합니다. 이후 위장색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효과는 비록 떨어졌지만 눈에 잘 띄는 색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특이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실제 6-70년대에까지 핑크 위장색은 활용되었다고 하네요. 바로 사막에서 활약하는 부대의 장갑차나 전차에 사막 분홍 (Dessert Pink)로 위장색을 사용했고 앞선 마운트배튼 경의 사례와는 다르게 이 위장색은 특정 시간대가 아닌 사막 모래와 어울려 지속적인 위장 효과를 부여 했다고 합니다.


핑크 택스 (Pink Tax)라는 용어를 혹시 아십니까? 이는 여성 전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동일한 남성용 그것에 비해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극명한 예로 면도기를 들 수 있겠네요. 이렇듯 평균적으로 여성은 42%가 남성에 비해 더 높은 가격으로 동일한 제품을 구입한다고 하고 여성용 위생용품은 동일한 남성용에 비해 13%, 여성용 의류는 8%, 여성용 액세서리나 여아용 장난감은 7% 정도 비씨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추가적인 여성의 지출은 연간 1300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 핑크 택스는 여성의 피해망상적인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색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 맥락적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주변에 있는 갖가지 색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임과 동시에 색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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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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