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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주주 -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
데이비드 웨버 지음, 이춘구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대저 자본주의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로는 ‘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하여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제’를 의미하나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 자본주의는 대공황 시기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수정 자본주의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주주 자본주의와 효율을 강조한 나머지 이러한 수정 자본주의 역시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승자독식의 특징을 가지는 디지털 이코노미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긱 이코노미’ 혹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용어로 치장된 일시적 아웃소싱의 노동 형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학자들은 AI 등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인한 4차 산업 혁명으로 노동자의 생존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노동 운동의 쇠퇴가 불가피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임시직이라는 노동 형태가 일반화되어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면 당연스럽게도 직업의 안정성은 저하되고 이는 전반적인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 예산 등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나 소득세, 부가세 등 세수 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결국 기업의 법인세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노동 소득의 증가율과 자본 소득의 증가율 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고 노동자 내부적으로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많은 학자들이 승자독식, 약탈적 자본의 폭주로 인해 민주주의 체계마저 무너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종래에는 자본주의 역시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보수 우파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실질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다가 최근 CoVID-19로 인해 이에 대한 제한적 실험이 진행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특히 향후 AI의 발달로 인한 노동 대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기본소득 계층과 자본소득 계층 간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녕 우리는 소수의 자본이 대중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밖에는 없는 것일까요?
점점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통제 장치는 정녕 없는 것일까요? 가능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번에 읽은 “노동자 주주 (데이비드 웨버 著, 이춘구 譯, 맥스미디어, 원제 : The Rise of the Working-Class Shareholder: Labor’s Last Best Weapon)”는 이러한 자본의 폭주를 막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2018년 하버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웨버 (David Webber)는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이자 주주 행동주의 연구자로 이름이 알려진 분입니다. 그는 노동 운동의 쇠퇴, 플랫폼 노동 환경으로의 변화, 자본의 폭주에 대항할 최후의 무기로 ‘노동자 주주 제안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책에서 말입니다.
각종 연기금은 당연히 노동자가 주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기금은 노동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데이비드 웨버는 연기금의 주인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급여 등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연기금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비드 웨버의 주장은 기존 노동 운동의 프레임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며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입니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2003년 세이프웨이 파업, 2008년 금융 위기 및 연금 쟁점 등은 비록 미국적 상황에 대한 설명과 사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이라는 강력한 연기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시사점과 인사이트를 이 책에서는 넘치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2019년 현재 700조 규모로 세계 3위 수준이며 그중 17%인 120조 정도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힘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쉽 코드(연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도입된 현재에도 기업 오너에 대한 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책에서 주제로 삼고 있는 ‘노동자 주주’라는 대안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 환경은 너무나 가혹한 상황이고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난망하므로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 고민을 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는 피터 드러커 (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가 그의 책 “The Unseen Revolution, How Pension Fund Socialism Came To America”에서 미국 내 연기금에 의한 상장 주식 보유로 인해 ‘사회주의를 노동자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로 엄격히 정의한다면 미국이 지구상 최초의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다.’라고 주장한 내용에서 기인하였습니다. 특히 연기금의 대부분은 바로 노동자에서 나온 것이므로 노동자가 자본가가 되는 것이며 이는 연금 자본주의가 아닌 연금 사회주의라 하였습니다. 책 뒷 표지의 ‘피터 드러커의 연금기금사회주의를 최종 완성한 데이비드의 역작’이라는 의미는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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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