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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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싸이’가 빌보드 차트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이 세계를 휩쓸고 이제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아카데미상까지 수상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하였습니다. 


우리는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지속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시적이며 변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임을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러한 컨텐츠들이 점차 쌓이게 되면서 이제 한류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K-culture라 불리우는 한류에 대해 한 번쯤 아카이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마침 “한류의 역사 (강준만 著, 인물과사상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한 때 정치평론으로 명성이 자자하였습니다. 특히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 등 시리즈는 당대 인물 비평 중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인물과 사상’이라는 월간 비평저널을 창간하여 우리나라 현대사의 획을 그은 인물과 정치, 문화 비평에 대한 장을 엽니다. ‘인물과 사상’은 한국일보에서 선정한 ‘우리 시대의 명저’에도 선정되기 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후 언제인가부터 정치 평론보다는 문화 비평 중심으로 평론의 방향을 선회하였지만 여전히 핵심을 찌르는 주제의식은 날카롭게 살아 있습니다. 작가로서도 근 300여 권 가까운 저작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한류’라는 현상에 대한 역사를 아카이빙함과 동시에 문화 비평서를 출간한 것입니다.


강준만 교수는 한류의 토대를 미군 댄스홀, 미 8군쇼, AFKN 등 외국의 문화가 수입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후발자의 이익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좁디 좁은 문화 생활을 누리던 한국인들이 엄혹한 틈바구니를 뚫고 새어 나온 문화의 향취로 인해 조금씩 성숙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 김 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에 진출한 아시아 최초의 걸그룹이자 최초의 한류 아이돌이었습니다. 김 시스터즈의 아버지는 유명한 작곡가인 김해송이며, 어머니는 바로 이난영이었습니다. 김해송씨는 어린 딸들에게 혹독한 음악 훈련을 시켰고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사실 김 시스터즈가 미국으로 진출하기 전 데뷔했던 무대는 바로 미8군 쇼였는데 한국 연예인들이 이러한 쇼를 통해 당시 한국수출 총액과 맞먹는 연간 120만 달러 정도를 벌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8군 쇼를 통해 음악적 실력을 인정받은 음악인들이 점차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일반 무대에도 진출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한류의 시작이자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한 한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 조금씩 싹을 틔어 오다 한일 문화 교류,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1999년 2인조 그룹 ‘클론’과 2000년 초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은 공항에 열성 팬들이 몰려와 문이 부서지고 군중 통제를 위해 군대까지 동원되는 등 그야말로 난리였다고 합니다. 숙소는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접근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었으며 공연장은 당시 영하 13도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도 합니다. 당시 공연에 대해 중국의 각 일간지는 ‘H.O.T가 궁런체육관을 불사르다’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현상을 보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러한 현상에 무관심하거나 일회성 이벤트 정도로만 인식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한류의 영향력에 대해 우리나라 대중이나 기업들이 인식하게 된 계기는 바로 ‘겨울연가’였습니다. 당시 우리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 일본에서 ‘겨울연가’는 그 동안 미풍에 불과했던 한류를 열풍으로 바꾸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3주간 방송을 일시 중단한 적이 있는데 항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천 통씩 올 정도로 열광적이었다고 NHK측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겨울연가’를 통해 불기 시작한 열풍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을 통해 다시 일본의 10대부터 30대까지 다시 불어 닥치고 있다고 하니 한류의 저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부터 한류는 3-5년이면 끝이 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류는 살아있고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 할 문화 콘텐츠로 거듭 났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그런 외형적인 성장에만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분명하게 짚고 있는 군사주의적인 스파트타 훈련, 갑의 횡포와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외주 제작사 문제, 저조한 독서 문화, 한 맺힌 듯한 최초, 최고주의 등 한류의 그늘들이 있습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한류는 이제 외형적인 부분이 아니라 내부의 성찰을 통해 실질적인 부분까지 부러워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자랑스러운 한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책을 마치고 있습니다.  


“한류의 역사”는 그 동안의 축적되어 온 한류를 모두 다루다 보니 700여 페이지의 두께라는 물리적인 무게로 그 역사를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대중문화를 다루고 있다 보니 생각보다 책을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흥미로운 아티클 하나 씩 따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덧 붙이는 글 : 김 시스터즈에 대해서는 김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에 김민자씨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과 이야기들이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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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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