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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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대중과학서들을 한 권 한 권 읽어 가다 보면 우리는 자칫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 모든 이치를 깨닫고 알게 되는 날이 오는게 아닐까? 한 때 과학자들조차 과학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고 우주의 모든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와 자연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그것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으며 미지의 무지 (Unknown unknown)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와 자연이 그러한 이유를 인간의 언어나 사고체계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맞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알아야할 게 너무나도 많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죠. 저 멀리 하늘 저 편에 있는 별과 행성, 아주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 그리고 원자와 입자의 세계. 그리고 우리가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세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그곳 땅 아래의 공간, 지하 세계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위로는 저 하늘에 떠있는 수 광년 떨어진 별을 볼 수 있지만 아래로는 내 발 밑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지하 세계라고 하면 저승의 신 하데스의 세계, 죽으면 묻히는 공간 같이 무의식적으로 음습한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요?


이러한 지하 세계를 저자가 거대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지질학적 시간을 직접 거슬러 탐험하고 6년에 걸쳐 집필한 “언더랜드 (로버트 맥팔레인 著,조은영 譯, 소소의책, 원제 : Underland)”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로버트 맥팔레인 (Robert Macfarlane, 1976~)은 세계적인 자연 탐사 작가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것은 이번 “언더랜드”가 처음입니다. 그의 저작으로는 “마음의 산 Mountains of the Mind: A History of a Fascination (2003)”, “야생 공간 The Wild Places (2007)”, “오래된 길들 The Old Ways: A Journey on Foot (2012)”, “랜드마크 Landmark (2015)”, “잃어버린 말 The Lost Words (2017)” 등이 있으며 이번에 번역 소개된 “언더랜드”는 2019년에 최초 발행된 그의 최근작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BBC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제작되기도 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에는 엄청난 양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숨쉬고, 입고, 먹고, 만지는 모든 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이 우주의 물질 중 15%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암흑물질은 전자기파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 무한에 가까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질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의 정체를 밝혀 내기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하 900미터 ‘언더랜드’에서요. 우주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혀 내기 위해 땅속 깊은 곳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어찌보면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것도 있는 법’ (pp. 65~66)이지요. 하지만 지상 세계의 온갖 전자기적 소음은 미세한 상호작용을 검출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더랜드의 암석들은 이러한 전자기적 소음을 차단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러한 언더랜드로 들어와 우주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언더랜드’의 관측소는 이 곳 뿐만 아닙니다. 일본의 버려진 광산 속 지하 800미터에 있는 초순수 (超純水, ultra-pure water) 5만 톤이 담겨져 있는 탱크, 슈퍼 가미오칸데 (Super-Kamiokande, スーパーカミオカンデ)는 1998년 중성미자 검출을 통해 중성미자에도 질량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그는 언더랜드의 탐험을 통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은신처,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것을 생산하는 생산지, 우리에게 위험하고 해로운 것을 처분하는 처리의 공간이 시대와 문화를 가리지 않고 서로 아우르며 반복되는 것을 알 게 되고 이 책을 통해 자세하게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어투로 담담한 말투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그가 만나 본 언더랜드 중 한 가지만 소개해드렸는데 다른 언더랜드도 느껴보고,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언더랜드”의 표지 그림은 저자의 친구 스탠리 돈우드 (Stanley Donwwod, 1968~)의 작품 “아래 (Nether)”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매우 큰 작품이라고 하니 검색을 통해 확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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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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