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 뇌과학과 성선택으로 풀어본 성적 미학의 탄생
마이클 라이언 지음, 박단비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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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택 (Sexual Selection)’은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과 더불어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제시한 진화론의 주요 개념입니다. 찰스 다윈은 그의 책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을 통해 자연 선택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성선택’을 제시하였으며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을 통해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자연선택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진화의 결과물이나 특성(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 장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에 대해 번식 경쟁에서 상대 성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은 성차별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남성의 우월성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고 1970년대까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著, 양병찬 譯, 동아시아, 원제 : The Evolution of Beauty)”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성선택 이론에는 ‘암컷의 선호가 생물학적 다양성의 진화에 있어 강력하고 독립적인 힘이 될 수 있다’라는 가설을 내포하고 있는데 당시 과학자들은 이러한 가설에 대해 ‘암컷이 배우자 선택에 있어 자율적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인지능력이나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라며 무시하였고 자연선택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진화론의 공동 발견자로 유명한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 (Alfred Russel Wallace, 1823~1913)는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여 1970년대까지 진화생물학에서 잊혀버린 주제로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다시 연구되기 시작한 성선택 이론은 지금에 와서 동물행동학과 진화생물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선택 이론을 신경 과학 관점에서 접목하여 설명하고 있는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마이클 라이언 著, 박단비 譯, 빈티지하우스, 원제 : A Taste for the Beautiful: The Evolution of Attraction)”이 출간되었습니다.


“자연은 철저히 본론에 충실하다. Nature usually gets down to business.”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한 행동, 예를 들어 잠자기, 식사 등에는 별다른 의식 없이 묵묵히 해야 할일을 끝마치기 위해 집중합니다. 하지만 섹스는 어떨까요? 책에 따르면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은 섹스에 앞서 장황한 구혼의식이 필요하므로 ‘본론에만 충실하기’라는 태도로는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혼의식은 짝짓기 전략의 일환이며 색깔, 춤, 노래, 향기 등의 아름다움의 형태로 진화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개체들에게 더 많은 자손과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이와 같이 서두를 통해 짝짓기라는 행위에서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대부분) 암컷에게 있고 수컷은 선택받기 위해 성적 아름다움 (형태, 색깔, 장식, 노래, 춤, 향기 등)을 진화하여 왔다는 성선택 이론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러한 성적 아름다움은 오히려 생존에 불리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였고 이로 인해 찰스 다윈은 성선택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죠. 저자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존은 짝짓기의 부차적인 수단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성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바로 두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성적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적 두뇌를 이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성적 두뇌란 독립적 단위가 아니며 짝짓기와 관련한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모든 신경 영역의 보상 체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암컷 퉁가라 개구리 두뇌의 주요 청각 중추는 다른 종의 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같은 종의 소리를 들었을 때 강력하게 반응을 일으키며 성적인 냄새에 이끌리는 노랑초파리의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즉, 두뇌는 성적 아름다움이라는 자극에 의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보상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노랑초파리의 후각 수용체를 나방의 페로몬 수용기로 바꾸었더니 그 초파리는 나방의 냄새를 맡고 구애행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국 성적 아름다움은 감각 수용을 통해 뇌에 전달하면서 감상하게 됩니다. 즉 두뇌가 성적 아름다움을 진화시켜온 성선택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핵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의 핵심은 단순하며 직관적이지만 남성우월주의에 찌든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자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교육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자신의 수입이나 재산을 가질 수도 없고, 신체 자체가 아버지나 남편에게 귀속되며 때에 따라 체벌을 가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성별이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론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는 없었겠죠.  점잖으신(?) 과학자들께서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성선택 이론은’ 동물의 많은 행동과 진화를 설명하는 핵심 이론이며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신경 과학으로도 설명이 되는 이론입니다. 

여기에서 소개드린 내용보다 훨씬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여러 사례와 이론을 통해 책에 잔뜩 있으니 직접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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