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미생물 - 우리 몸을 살리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의 비밀
캐서린 하먼 커리지 지음, 신유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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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내 미생물은 39조 정도 ( http://scienceon.hani.co.kr/354921 )로 사람의 세포보다 약 1.3배 정도 많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사람의 몸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미생물과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공진화해 왔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체 내의 미생물은 인체가 생산하지 못하는 비타민 B군이나 인체에 필요한 호르몬의 일부를 생산하며, 아토피, 천식, 당뇨, 암, 면역 및 심지어 정신 질환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 http://scienceon.hani.co.kr/431514 )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변 내의 세균이나 특정 물질의 차이를 분석하여 조현병, 치매 등을 진단하거나 예측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이라 하는데 이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어떤 학자들은 이를 ‘제 2의 뇌’ 혹은 ‘제 2의 게놈’이라 부를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바로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출간된 “식탁 위의 미생물 (캐서린 하먼 커리지 著, 신유희 譯, 현대지성, 원제 : Cultured: How Ancient Foods Can Feed Our Microbiome)”은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과 발효 음식 간의 관계를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분명하게 개념을 잡은 부분 중 하나는 체내 미생물 群, 즉 마이크로바이옴은 음식 등의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동안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얻은 미생물들이 인체에 적응한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먹고 마시는 김치, 낫또, 유산균 음료 등에 들어있는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이크로바이옴의 식량이 되는 것이라는 거죠. (마이크로바이옴의 식량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 외에도 섬유질도 좋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식단은 섬유질, 유익균을 공급함에 있어 마이크로바이옴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발전해왔는데 19세기 이후 세균의 존재가 알려지고 이를 박멸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기술의 발전으로 유익균의 공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식품 산업이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드럽고 소화가 쉬운 음식, 즉 섬유질을 정제한 음식으로 인해 마이크로바이옴에 공급되던 섬유질은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즉 우리는 그동안 맛과 영양 만을 강조한 음식이 진리인양 받아들이고 우리 몸 속의 또다른 공생체가 먹을 음식을 빼앗아 왔던 것이죠.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일부 미생물은 사라질 경우 대체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분변 이식(fecal microbiota for transplants, 책에서는 대변 이식이라고 번역했습니다.)도 가능한 치료방법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튜브를 통해 타인의 분변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건강한 분변을 냉동하여 보관한 다음 항생제 치료 후에 이식하는 방법, 혹은 정제한 알약 형태로 이식하는 방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네요. 


특히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이러한 체내 미생물 群 혹은 미생물 생태계에 제대로 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인간들이 과거로부터 ‘경험적’으로 찾아냈고 전통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각종 음식에 대해 그 효능과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알리는 것입니다. 그로써 나와 나의 몸 속의 미생물 생태계로 구성된 ‘우리’를 잘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각광을 받고는 있지만 현재의 연구 수준은 초기 단계이며 너무 앞서 나가는 기대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분변이식의 경우도 환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FDA에서 경고한 바도 있습니다. 저자 역시 ‘체중 감량의 지름길이나 건강을 위한 기적의 치료법을 알려 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점은 분명히 짚어 놓고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Ps. 모 음료의 광고에서 나온 ‘장까지 살아서 가는 유산균’은 산 채로 먹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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