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 물류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노경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물류 (物流, Logistics)’는 ‘물적 유통’이 원어로 사전적 정의로는 ‘필요한 양의 물품을 가장 적은 경비를 들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장소에 때맞춰 보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활동. 자재 및 제품의 포장, 하역, 수송, 보관, 통신 등 여러 활동이나 재료나 제품 따위의 사회적인 흐름’을 의미합니다. 또한 전쟁을 치루는 데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를 병참(兵站, military logistics)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현대적인 물류 시스템의 기본은 바로 군대 병참 시스템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물류는 당연하게도 세계사에 있어 많은 장면들을 바꾸어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사를 다룬 많은 저자들은 이러한 물류는 기본으로 생각하고 역사를 서술해왔는데 이러한 물류를 세계사의 주인공으로 서술한 대중 역사 서적 한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다마키 도시아키 著, 노경아 譯, 시그마북스, 원제 : 物流は世界史をどう変えたのか)”가 바로 그 책입니다. ‘물류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다소 거창하지만 타당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인 다마키 도시아키 (玉木俊明, 1964~)는 근세 유럽사 및 경제사 학자이며 교토산업대학 교수입니다. 이 책에서는 물류가 세계사의 장면을 바꾼 17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개요와 전개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두 장면 정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세계사를 크게 바꾼 민족 : 아르메니아인”



아르메니아 왕국은 B.C. 2C에 처음 탄생하였고 아르메니아 정교회를 만드는 등 독자적 문화를 발전시켰지만 아르케사스 왕조, 사산 왕조 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를 건국하지만 서아시아의 여러 왕조에 의해 끊임없이 멸망하며 지배를 받게 되면서 근거지를 잃어버리고 떠돌게 되는데 이때부터 여러 나라에 흩어지게 되면서 아르메니아인들 중 많은 이들이 상업과 교역에 종사하게 됩니다. 즉 디아스포라(Diaspora,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와 같이 특정 민족이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함)로 인해 아르메니아인의 민족적 네트워크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광대한 상업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인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오스만 제국 내에서도 유력한 상인 집단으로 성장하였으며 16세기에는 비단 무역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데 당시 유럽에서 소비되는 비단의 80% 정도를 아르메니아인들이 교역한 물량이었을 정도였다고 책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17~18세기 국제 무역의 주요 거점이었던 인도 역시 아르메니아인들에 교역을 의존하게 되는데 동인도 무역을 위해서는 유럽 각 국 역시 이러한 아르메니아인과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였다고도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북해와 발트해의 무역 네트워크 : 바이킹과 한자 동맹”



고대와 중세 해적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는 바이킹은 사실 해적보다는 뛰어난 항해술을 바탕으로 한 상인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근대에 이를 때까지도 일반적으로 해적과 무역상의 구분이 애매하긴 합니다.) 이러한 바이킹 중 스웨덴 바이킹의 경우 이슬람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역하여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의 은화를 동유럽과 북유럽에 수출하였고 비잔틴 제국과도 교역한 바이킹도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13세기 무렵 북부 독일에 상업 공동체가 형성되는데 이를 ‘한자 동맹(die Hanse, Hanseatic League)’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상권은 기존 바이킹이 영위하던 상권과 겹치는데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여 한자 동맹을 바이킹의 뒤를 이은 네트워크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한자 동맹을 각 도시들의 상업 연합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익을 놓고 영주나 국가와 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강력한 연합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류는 소비자의 눈에 그다지 띄지도 않고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사실은 아주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오전에 X팡에서 주문한 상품을 당일 오후에 받아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물류의 힘입니다. 으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인프라는 그것을 구축,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간과하기 쉽습니다.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정책이나 전략 입안자 역시 이러한 물류를 간과하는 경우를 세계사의 장면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여지없이 해당 국가나 문명은 쇠퇴의 길을 걷거나 전쟁에서 패배의 쓴 잔을 맛보았습니다. 


한 권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세계사의 각 장면들은 개략적인 소개 위주에 그치고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 경우가 많아 다소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세계사적 의미에서의 물류에 대한 여러 장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고 물류의 중요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은 독서 경험이 되었습니다. 


#물류는세계사를어떻게바꾸었나, #다마키도시아키, #노경아, #시그마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