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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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는 대학교 입학 전 태국으로 건너가 국경 난민 수용시설에서 버마 (현 미얀마) 난민을 돕기 위한 자원 봉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버마의 반체제 작가와 친분을 쌓게 되고 그의 부탁으로 버마의 반체제 시위를 촬영하기 위해 아마추어 영화 감독과 신혼 부부로 위장하여 버마에 입국합니다. 하지만 시위 계획은 군사 정부에 의해 사전 발각되어 무산되어 실망하던 찰나 아웅산 수 치와의 인터뷰에 성공합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버마에서 탈출하여 아웅산 수 치와의 인터뷰를 BBC, CNN 등에서 방송하게 됩니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버마에서의 경험과 자신의 영웅이었던 신문기자가 이슬람 테러리스트에게 참수당하는 장면에 충격을 받아 과거의 테러 공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합니다. 이 알고리즘에 관심을 보인 CIA에서는 그녀를 채용하고 그녀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다음 현장 요원으로 선발됩니다. 현장 요원으로서 그녀는 911 이후 알 카에다 등이 핵배낭 등 전술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활용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이 이야기가 픽션이 아니고 실화라고 합니다. 사실 픽션이라고 하면 너무 허황되다 지적 받기 좋은 설정이지요.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픽션을 넘어서는 법. 바로 아마릴리스 폭스 (Amaryllis Fox, 1980~)의 회고록 “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著, 최지원 譯, 세종서적, 원제 : Life Undercover)”에 나온 내용입니다. 


저자는 어렸을 적 친구를 항공기 테러로 잃은 이후 국제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세계에서는 마녀, 마법사, 나무꾼들이 사라지고 점차 카디피, 대처, 레이건, 고르바쵸프 같은 현실의 정치인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천안문에서 탱크를 가로막는 한 남자, 베를린 장벽의 붕괴, 소련의 개혁개방에 반대한 쿠데타 시도 등 당시 굵직굵직한 국제 뉴스는 어린 시절의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 합격 후 1년 정도 자원 봉사 활동 도중 버마의 반체제 인사와 교류를 하고, 살벌한 당시 버마에 잠입하여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 치와의 인터뷰를 따내고 BBC를 통해 인터뷰 방송을 내보내는 장면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하지만 현장 요원으로서 장시간 위장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고,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회의에 빠지게 되는데 첫 딸의 출산 이후 이러한 회의는 심화됩니다. 그리고 결국 딸을 위해 CIA에서 은퇴를 결심하는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언더커버 (undercover)라는 말은 위장, 잠입수사, 위장신분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우리가 즐겨보는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많이 활용됩니다. 유덕화와 양조위가 주연했던 “무간도”가 대표적이며 한국영화로는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등이 주연한 “신세계”에서 이정재가 언더커버 중인 경찰로 등장합니다. 실제 저자는 현장 요원으로서 중국, 파키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예술품 중개상이라는 언더커버로 10여년 동안 활약한 경험을 책에서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 1세계의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난 멋모르는 젊은 아가씨가 학력과 난민 활동이라는 자원 봉사 경력에다 CIA라는 독특한 악세서리를 가지고 케네디 일가에 들어간 이야기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흥미진진한 실제의 첩보활동과 삶과 평화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태도와 마음가짐 등으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CIA를 은퇴하고 평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하다 로버트 케네디 3세와 결혼합니다. 픽션이었다면 마지막까지 욕먹을 설정이지 않나요?


#언더커버, #아마릴리스폭스, #최지원, #세종서적, #CIA, #테러와의전쟁, #첩보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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