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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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학서를 읽다 보면 가끔 이런 궁금증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맞는 게 없어 보이는 고대 과학자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는 왜 이리 많고 이제는 틀린 이론으로 판명이 난 천동설에 대한 설명은 왜 이리 장황한가?

사실 과학은 툭 튀어나온 랜드마크나 원더스가 아니라 오랜 과거부터 차근 차근 쌓아올린 돌탑과도 같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쌓아올린 돌탑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아올려야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옛 과학자들이 발견한 과학적 사실과 지식에서 옳은 것을 받아들이고 틀린 것을 버려가며 조금씩 쌓아 올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중과학서를 읽을 때는 과학적 세계관을 조금씩 지금의 시계에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대 과학자의 이야기도, 천동설에 대한 설명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리처드 드위트 著, 김희주 譯, 세종서적, 원제 : Worldviews 3rd Edition)”은 과학사 및 과학철학 등 과학에 대한 과학을 다루는 과학학 (科學學, Science studies) 혹은 메타 과학 (Metascience) 입문서입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면 “당신의 세계관은 몇 세기입니까?”이라는 책 띠지의 질문이 도발적으로 느껴지지만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나의 세계관이 몇 세기에 머무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을 같이 따라가면서 우리의 세계관을 21세기로 조정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기본적인 쟁점에 대해 알아보면서 세계관의 개념을 잡아가는 내용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2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바라본 우주부터 뉴턴이 바라본 우주까지 세계관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3부는 2부까지의 발전을 바탕으로 상대성이론, 양자론, 진화론 등 현대 과학을 이루고 있는 주요 요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우리의 세계관을 21세기적으로 조정 (calibration)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관이란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성긴 체와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많은 사실들 중 자신의 세계관에 걸러진 사실만을 사람들은 받아들이니까요. 20세기 후반부터 수학적 방법론 및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득히 발달해버린 과학은 이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인지 영역을 벗어나 버렸다고들 합니다. 인간의 뇌는 돌도끼를 들고 돌아다니던 시절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할 과학을 인간의 인지 영역 안에서 (진정으로) 이해하기란 더욱더 어려워 질 것 같습니다. 



최근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구에서 관측한 태양과 화성의 움직임을 AI에게 가르쳤더니 ‘당연스럽게’ 지동설을 도출하였다고 합니다. (출처 : http://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7) 아마도 AI에게는 세계관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도 일반적이었던 지동설은 이후 세계관의 변화에 따라 관측 결과와 다르게 천동설이 대세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팩트는 그 자체로 진실(truth)이 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즉 세계관에 의해 팩트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세계관만이 팩트를 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고방식과 우리가 자연,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인사이트와 리터러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왜곡하고 바로잡아 왔는가에 대한 과학 철학의 역사와 세계관의 변화 과정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본서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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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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