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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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 미국이나 영국 혹은 일본 중심에서 벗어나 중국 작가의 대중과학서적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국의 과학굴기(科學堀起)의 영향으로 중국 내에서 대중과학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그만큼 좋은 작가군이 많이 출현했기 때문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전문연구자(201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중국은 636명 보유함으로서 미국에 이어 2위로 부상하였습니다. 출처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120500106.)에 의한 연구성과도 중요하지만 대중과학서에 의한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관심 및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 역시 과학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현대 정부의 정책은 과거와는 다르게 시민의 합의 혹은 용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명분과 합리성이 중요하지요. 이것을 문민 통제 혹은 시민 통제 (Civilian control) 라고 합니다. 과학 정책 및 예산 집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이 필요한데 이걸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영향을 받는 정치인, 행정가들입니다. 특히 현대 과학은 이미 거대과학이 되어버려 과거처럼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없고, 그에 따라 연구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 만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과학적 지식 혹은 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현대 과학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강입자충돌기 (LHC)나 거대 전파망원경을 만든다고 할 때, 혹은 달 탐사선을 띄운다고 할 때, 이게 무슨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과학서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공감대가 시민사회에 형성되어 있다면 굳이 그런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쓸모 없음의 쓸모’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예산을 보다 수월하게 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좋은 대중 과학서 출간은 중국의 지속적인 과학 발전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리여우화 著, 야오화 畵, 김지혜 譯, 강미경 監, 미디어숲, 원제 : 老師沒敎的數學)”는 그러한 중국의 대중과학서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수학책이라기 보다는 수학에 대해 보다 쉬운 접근을 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수학 이론에 대해 흥미로운 아티클 위주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또한 각 수학 이론의 난도에 따라 레벨을 5단계로 구분하여 장을 구성하고 있는데 모든 장과 파트를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본인이 흥미로운 부분만 발췌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장을 일독하는 것을 권합니다.)


책에 나온 내용 중 몇가지 흥미로운 아티클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인류는 수학이라는 도구를 고도로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삼체 문제(Tree Body Problem)는 많은 수학자들을 좌절시켰습니다. 삼체 문제란 세 물체 간의 중력의 작용과 그 결과로 인한 궤도 움직임을 다루는 문제로 일반해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었으며 카오스 이론에 영향을 준 수학 이론입니다. (참고로 삼체에 있어 일반해를 구할 수 없다는 문제는 바로 류츠신(劉慈欣, 1963~)의 ‘삼체’라는 걸작 SF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미적분학을 발명한 뉴턴 (Sir Isaac Newton, 1643~1727) 역시 삼체 문제를 풀지 못했으며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단지 3개의 특수해를 찾아냈을 뿐으로 이게 그 유명한 라그랑주 점입니다. (오일러가 발견했는데 왜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736~1813)의 이름이 붙었는지는 책에서 확인바랍니다. ^^) 이후 푸앙카레(Jules-Henri Poincaré, 1854~1912)가 삼체의 일반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삼체는 혼돈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고 이것은 바로 카오스 이론의 탄생을 이끌게 되지요. 푸앙카레의 증명 이후 수학자들은 삼체의 일반해가 아닌 특수해를 구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수학자들의 노력은 점차 삼체의 특수해 숫자를 늘려나가 지금에 와서는 약 600여개 정도의 특수해를 발견했다고 하니 단지 3개의 물체의 움직임만 해도 수학적으로 정말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어려운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무한’입니다. 무한대를 설명할 때 예를 많이 드는 것이 바로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역설(Hilbert's Paradox of the Grand Hotel)입니다. 무한대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죠. 그리고 무한소는 바로 수학 위기라고 불리오는 사태를 야기하였습니다. 미적분을 발명한 사람 중 하나인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는 미분에 무한소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미분이 가지는 오류를 해결하고자 하였는데 이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무한소는 0과 매우 닮았지만 0이 아니라는 정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미분은 훌륭한 도구였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수학자들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코시(Augustin Louis Cauchy, 1789~1857)가 현대미적분을 창시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은 심지어 ‘미적분의 엄밀성은 코시가 새로 정립하였다’라고 까지 이야기할 정도이니 200여년 가까이 수학이라는 학문은 엄밀성에 있어 지속적으로 위기에 노출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수학 이론이나 사건들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지레 겁먹고 멀리할 정도는 아니고 흥미로운 아티클들이 많고 상당한 지적 도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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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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