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CHROMATOPIA
데이비드 콜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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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약 수십만년 전부터 그림을 그려왔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스페인 알타미라와 프랑스 라스코 벽화입니다. 특히 알타미라 동굴에 그려진 벽화는 소의 특징을 잘 잡아 붉은 색이나 갈색 안료를 사용하여 매우 정교하게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듯 인류는 그 존재를 스스로 인식한 이후부터 무언가를 그려왔습니다. 인류는 사물을 근사(近似)하게 묘사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에 맞는 색을 가진 안료를 찾아 왔을 것이라 당연스럽게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감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고 그동안 화가들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물감을 만들어 자신만의 색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데이비드 콜즈 著, 김재경 譯, 영진닷컴)”는 이러한 안료의 역사를 일반인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콜즈는 평생을 색과 안료를 연구한 현직 물감 제조업자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예술가들이 색을 표현했던 중요한 안료 60여 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단순한 텍스트로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호주의 사진작가 아드리안 렌더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데이비드 콜즈의 깊이 있는 설명을 함께 감상함으로써 직관적으로 안료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안료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중 의미 깊게 다가온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황토입니다. 황토는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안료로 사용 흔적은 무려 25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앞서 설명한 알타미라나 라스코 벽화에도 사용된 바 있는 황토는 함유된 철에 따라 노랑색, 빨강색, 갈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고대인들은 황토를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물에 섞어 물감으로 사용했으며 점차 이를 개선해 불순물까지 제거하여 색의 순도를 높여 왔다고 합니다. 특히 노란 빛을 띠는 황토 (Yellow Ochres)는 불에 구워 사용할 수도 있는데 중간 불에는 주황색으로, 강한 불에는 붉은 색으로 변해서 다양한 색깔에 사용할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색을 표현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탐구한 고대인들의 노력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호두 역시 안료의 재료로 쓰인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호두 열매의 색소와 타닌을 통해 추출한 안료는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갈색을 띤다고 합니다. 호두 열매에서 색을 추출하는 방법으로는 온수와 냉수 추출 두가지가 있는데 온수 방식은 시간이 좀 덜 걸리는 대신 색이 다소 연하고 냉수 추출 방식은 과육이 발효되는 시간이 필요해 최소 두 달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두 잉크는 영구적으로 착색되고 내광성이 강해 직물의 염료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혹시 밴타 블랙이라는 물질을 기억하십니까? 밴타는 수직 정렬 나노 튜브 배열(Vertically Aligned NanoTube Arrays)의 약자로 가장 완벽한 검정을 구현하기 위해 영국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하여 빛의 99.965%를 흡수하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이 검정색에 대한 많은 활용방법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어떤 예술가에 의해 반타 블랙의 사용이 자신의 예술적 목적에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제한함으로써 많은 논쟁을 촉발시켰고, 이러한 독점 사용권 논쟁은 이후 가장 분홍스러운 분홍, 가장 노랑스러운 노랑, 가장 초록스러운 초록 안료의 개발을 이끌면서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던 이 가장 완벽한 검정색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검게 보이는데 과거에는 자연 재료를 통해 색을 표현하는 안료를 만들어왔다면 현대에는 과학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안료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보다 완벽한 색에 대한 인류의 탐구와 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밴타 블랙보다 빛의 흡수율을 더 높여 더 완벽한 검정을 MIT 연구진이 만들어내면서 밴타 블랙은 더 이상 가장 완벽한 검정이 아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굳이 미술에 대한 관심이 아니더라도 색과 안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여 왔는지에 대한 미시사 관점, 과학 기술이 안료의 개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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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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