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박설영 옮김 / B612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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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맥닐(1988~)은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런던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존 밀레이의 ‘오필리아’라는 작품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됩니다. 그 후 그녀는 존 밀레이가 속한 라파엘 전파 형제회(Pre-Raphaelite Brotherhood, Pre-Raphaelites)라는 예술 단체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이어갑니다. 그러다 그들이 그린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고 그들의 삶과 라파엘 전파 형제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워져 갔는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특히 맥닐은 ‘오필리아’의 모델이자 그림의 모델로만 머무르지 않고 그녀의 예술적 영감을 직접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배워 스스로 화가가 되고 시인이 된 엘리자베스 시달 (Elizabeth Eleanor Siddall, 1829~1862)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의 찬란하면서도 비극적인 인생에 매료됩니다. 

맥닐은 그녀에게 영감을 준 ‘빅터 윈드 뮤지엄 오브 큐리오시티(The Viktor Wynd Museum of Curiosities)’와 엮어 주체적인 예술인으로 살고자 했던 엘리자베스 시달의 삶을 소설적으로 복원합니다. 


그 작품이 바로 최근 국내에 소개된 ‘인형공장 (엘리자베스 맥닐 著, 박설영 譯, B612, 원제 : The Doll Factory)입니다.  

때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 중 하나를 건설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명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시대입니다. 지금은 대화재로 사라져버린 수정궁 (The Crystal Palace)의 위용은 아마도 그러한 자부심의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부심이 발하는 빛의 이면에는 ‘인간’을 전시할 만큼 기묘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했습니다. 

또한 광기에 가까운 수집벽 역시 유행했는데 그런 욕구를 대표하는 사람이 바로 사일러스 리드입니다. 그의 시선에 첫사랑과 닮은 여인이 눈에 들어오고 친근하지만 낯선 그녀가 자꾸 생각납니다. 그러다 그의 관심은 점차 집착으로 바뀌어 가는데….


언니인 로즈와 함께 인형 가게에서 도자기 인형의 얼굴을 그리고는 있지만 아이리스 휘틀은 언제나 스스로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심부름을 가던 그녀는 윌리엄 홀먼 헌트, 존 에버렛 밀레이,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등이 소속되어 있는 라파엘 전파 형제회 (Pre-Raphaelite Brotherhood)의 모델 제안을 받습니다. 그녀는 설터 부인의 인형가게에서 탈출할 기회가 찾아온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 작품이 엘리자베스 맥닐의 데뷔작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역사 스릴러 장르 소설입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Ps. 책 표지에 문장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바로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Freedom is a precious thing”


Ps.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여성은 교육을 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자신의 수입이나 재산, 심지어 신체까지 아버지의 것이며 결혼 후에는 남편의 것이 되었다고 합니다. 즉, 당시 여성은 자신의 권리로 법적 존재가 될 수 없었죠. 그러므로 재산을 가질 수 없고,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며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이혼을 제기할 수 없으며 남편으로부터 체벌을 당할 수 있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이러한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여성의 지위를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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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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