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인간의 일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개정증보판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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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광차, 鑛車)가 선로를 따라 내려오고 있는데 트롤리가 진행하고 있는 선로 위에 다섯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변경 선로 위에는 한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선로 밖에서 선로변경기를 잡아당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이때 선로를 변경하면 선로 위의 다섯 사람은 살겠지만 변경선로에 있는 한 사람은 확실하게 죽습니다. 만약 당신이 선로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트롤리가 진행하고 있는 선로 위에 있는 다섯 명의 사람이 죽겠지요. 만약 당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면 선로변경기를 잡아당기겠습니까? 아니면 그대로 놔둘까요?

위 문제는 트롤리 딜레마 (Trolley Problem)로 긴급 피난에 있어 선택의 문제에 대한 윤리학적 사고 실험의 대표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질문은 과거에는 윤리학적, 철학적 문제에 불과하였지만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화되면서 실질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트롤리 딜레마의 경우 극단적인 사고 실험이었지만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운행 중에 언제나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되는데 이때 AI가 판단해야 하는 기준을 사전에 설정해 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운행 도중 브레이크 고장이 난 자율주행자동차 앞에 A,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핸들을 돌리면 A가 살고 B가 죽습니다. 핸들을 돌리지 않으면 B가 살고 A가 죽습니다. 이때 AI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3&aid=0003407327&sid1=001)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자율주행기술 Level 1~2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주행 환경의 모니터링 및 통제의 주체가 사람이고 AI는 보조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테슬라, 구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이미  Level 3의 자율주행기술을 일부 기업들에 의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Level 3는 AI가 주행 환경의 대부분을 모니터링, 통제하고 사람에 의한 보조적 개입이 필요한 조건부 자동화(Conditional Automation)입니다. 이러한 Level 3의 자율주행기술부터 과연 운전자의 문제인가 아니면 AI, 즉 제조사의 문제인가를 다퉈야 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의 책임 문제는 조금 복잡하게 됩니다. 사람의 개입이 불필요하고 개입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Level 5까지 발전하게 되면 (이때는 도로 및 교통 환경 자체도 자율주행자동차에 맞춰지게 되겠죠) 더욱 이런 문제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서 이야기한 트롤리 딜레마를 비롯해 윤리적, 철학적 문제들이 AI에 있어 중요하고도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수 천년간 인류가 고민해온 윤리, 철학이 고답적이고 현실에 유리된 질문이 아니라 AI로 인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질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 뿐만 아닙니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많은 사람들은 AI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당장 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21세기식의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도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러한 고민에 힌트를 줄 수 있는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著, 어크로스)”이 출간되었습니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은 아니고 2015년에 초판이 출간한 책인데 그간의 변화를 업데이트하였고, ‘인공지능 예술’, ‘인공지능 판사’ 등 2개 장을 추가하여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출간된 것입니다. 저자인 구본권 박사는 한겨레에서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사람과 기술, 디지털 문명의 조화롭고 건강한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디지털 인문학자로도 유명합니다. 아마 구본권 박사라는 이름을 들어보시지 못한 분들도 ‘잊혀질 권리’와 ‘디지털 리터러시 10계명’ 등은 한 두 번 정도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AI 시대에 인간이 만나게 될 질문을 총 12개로 범주화하여 제시하고 그 답이나 힌트를 구본권 박사의 인사이트를 통해 풀어내고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구본권 박사가 고민하고 있는 질문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보도록 하죠.


1.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릴 것인지를 알고리즘에게 맡길 수 있는가?

2. 두뇌활동을 아웃소싱할 것인가?

3. 지식이 공유되고 정보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는데 대학이 필요한가?

4. 내 직업은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것인가?

5. AI가 만들어낸 문학, 회화, 음악은 예술인가?

6. 노동은 로봇이, 우리는 여가를? 

7. 로봇이나 AI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8. 특이점에 달한 AI는 인간을 위협할 것인가?

9. 인간은 AI에 대해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나? 

10. AI에게 판결을 맡겨도 되나?

11. 더 이상 망각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12. AI와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와 생각을 배워야 하는가?


이미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한번씩은 접했던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질문들을 이렇게 모아놓고 디지털인문학자의 시선과 인사이트를 따라가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왔는데 그 기술을 맞이할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은 문화 지체 (Cultural Lag)의 상태에 우리는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 기술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그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어갈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고민을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봇시대인간의일, #구본권, #어크로스, #인공지능시대를살아가야할이들을위한안내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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