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101명의 여성
줄리아 애덤스 지음, 루이스 라이트 그림, 김혜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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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 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Who?’ 시리즈의 “코코 샤넬”입니다. 어느 날 아이에게 “넌 왜 코코 샤넬이 좋아?”라고 무심코 물어봅니다. 아마도 내 머리 속에는 “패션 디자이너라 멋지잖아요”라는 대답이 미리 입력되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여자가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해 주었잖아요”였습니다. 아이가 샤넬 코코라는 인물에게서 받은 감명이 그것 뿐은 아니겠지만 당시 남자만 입을 수 있는 ‘바지’라는 젠더 권력의 상징을 깨부순 샤넬 코코의 이야기가 아이에게는 큰 울림을 줬던 모양입니다. 


위인전하면 다소 고루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은 위인전을 읽는 내내 비슷한 구성에 비슷한 이야기로 울림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세상을 살았던 사람이 그 삶 속에서 행했던 노력과 쟁투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위인전은 흥미진진하고 충분히 보물과 같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지워졌던 여성들의 업적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출판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역사 속 위대한 여성(사라 허먼 著, 엄성수 譯, 토트)”, “세계 여성의 역사 - 인류를 지탱해온 위대한 절반의 사라진 흔적을 찾아서 (로잘린드 마일스 著, 신성림 譯, 파피에)” 같은 책들을 최근에 읽었습니다.  


“차별의 벽을 넘어 세상을 바꾼 101명의 여성 (줄리아 애덤스, 루이스 라이트 共著, 김혜림 譯, 니케주니어)”는 그런 시도의 일환으로 아동용으로 나온 여성 위인 열전입니다. 


책은 101명의 여성 위인을 총 4개 장으로 구성하고 첫번째 장에서는 지도자와 운동가, 두번째 장에서는 과학자와 발명가, 세번째 장에서는 예술가와 작가, 네번째 장에서는 운동성수와 모험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책에서 알게 된 그동안은 미처 알지 못했던 몇 명의 여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범법자로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입법자가 되기 위한 노력의 한 방편으로 온 것이다.”


첫번째로 소개할 분은 에멀라인 팽크허스트 (Emmeline Pankhurst, 1858-1928)입니다. 영국의 사회운동가이자 여성 인권운동가로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싸우셨던 분이에요. 당시 영국은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없었고 일정 수준의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만 투표권이 있던 나라였어요. 그리고 심지어 여성의 수입과 재산은 남편에게 귀속되는 법률도 있었다고 해요. 에멀라인은 여성선거연맹, 여성사회정치조합 등을 결성하고 “말이 아닌 행동”을 모토로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싸우면서 숱하게 투옥도 되었지요.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도 감행했는데 여론의 악화를 두려워한 정부로부터 49차례나 강제 식사를 당하기도 했답니다. 그녀의 노력은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는데 그녀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남자와 동일한 투표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 1928년 6월 14일 세상을 뜨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약 한달 후 영국에서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부여하게 됨으로써 보상받게 되었답니다.


“하늘은 편견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곳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분은 베시 콜먼 (Elizabeth "Bessie" Coleman, 1892~1926)입니다. 그녀가 태어난 1892년의 텍사스에는 여전히 흑백차별법이 시행되고 있었어요. (이 흑백차별법은 최종적으로 1965년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이라는 표현은 차별적이라 요즘은 사용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해요)의 딸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았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네일숍에서 일하면서 비행사의 꿈을 키웠어요. 하지만 미국의 어떤 비행학교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흑인이며 아메리카 원주민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프랑스로 건너가 1921년 결국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답니다. 그녀는 최초의 흑인 여성 비행기 조종사이자 최초의 여성 아메리카 원주민 조종사가 되었답니다. 그녀는 많은 유색인종에게 희망이 되었고 그녀의 비행기 조종실력은 그녀를 ‘베시 여왕’이라는 칭호를 가져다 주었지만 그녀는 1926년 비행 도중 추락하여 세상을 뜨게 됩니다. 하지만 인종 차별을 극복한 그녀의 이름은 LA에 베시 콜먼 비행학교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고 해요. 


“수학이 지닌 아름다움은 인내심이 많은 추종자들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분은 마리암 미르자하니 (Maryam Mirzākhāni, 1977~2017)입니다. 그녀는 바로 이란에서 태어난 수학자입니다. 이란이라는 나라는 예전에는 이슬람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성평등을 추구하던 나라였지만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이후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체계 하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마리암의 재능과 노력은 엄청난 것이어서 17살이 되던 해인 1994년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 이란 대표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땄고 다음 해에는 만점으로 금메달을 땄답니다. 이 사건이 대단한 점은 그 전에 이란에서는 여성이 대표로 출전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마리암은 그에 굴하지 않고 학교와 정부에 본인을 출전시켜 주길 강력하게 요구해서 쟁취한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수학계에는 필즈상이라는 것이 있어요. 40세 미만의 탁월한 수학자에게 주는 상인데 4년마다 한번씩 수상하는 상이라 노벨상보다 수상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마리암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2014년에 필즈상을 수상했어요. 그것도 대한민국 서울에서요. (필즈상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수학자 대회에서 시상을 하는데 2014년에는 서울에서 세계 수학자 대회가 열렸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2017년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됩니다. 그런데 이란에서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마리암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사가 이란의 신문에 실렸는데 히잡을 쓰지 않은 미리암의 사진을 게재한 것입니다. 앞서 이란은 성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로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지 않으면 처벌하고 신문이나 TV에서도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의 사진을 게재하지 않는데 마리암은 대학 졸업 이후 미국에서 활동하다보니 히잡을 쓴 마리암의 사진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히잡을 쓰지 않은 그녀의 사진을 게재한 것이지요. 국가적인 천재이자 영웅의 죽음 앞에 이란 정부도 원칙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에요.




더 소개드리고 싶은 분들이 매우 많지만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이제 아이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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